
가전방문점검노동자 박마자 씨(52)는 울컥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17일 오전 11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촉구 기자회견’ 현장.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배달노동자, 화물차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가전점검원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사장님도 아니고, 법적으로는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이라며 “최저임금법의 그늘 속에서 수년째 공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연대 윤창호 부산본부장은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이후, 생존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운임이 떨어졌다. 정부는 이를 방치한 채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임금만이 아니다. ‘대기시간’, ‘이동시간’, ‘헛걸음’, ‘평가 스트레스’ 등 이른바 공짜 노동도 일상이다.
박마자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 부산본부장은 “가전 점검을 하러 갔는데 고객이 부재 중이면 그냥 돌아와야 한다. 헛걸음에 대한 보상도, 연료비 보조도 없다”며 “그런데도 매일 ‘나 자신이 사장이다’라는 말만 들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27.6%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1.8%에 그쳤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반면, 기업들의 수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3조5000억원, 배달의민족과 쿠팡도 수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공공운수노조 김미경 수석부본부장은 “이익은 플랫폼이 가져가고, 위험과 비용은 우리 몫”이라며 “유류비, 통신비, 영업비, 심지어 고객 응대용 소모품까지 다 우리가 부담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생존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이미 860만명을 넘었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논의를 유예한 것은 명백한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 최민정 수석 부본부장은 “플랫폼은 기술 중개자일 뿐이라는 말로 사용자 책임을 피하고, 국가는 그 구조를 방관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우리는 오늘도 고객을 만나고, 도로를 달리고, 교실에 선다. 그러나 노동자로는 인정받지 못한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최저임금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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