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 후반에서 2030년 1% 초반으로 내려설 수 있다고 봤다. 2040년대에는 0% 내외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을 뜻하는 '피크 코리아' 우려가 커진다.
조동철 KDI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크 코리아 우려에 대해 "미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던 우리 경제가 60%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며 "하지만 앞으로 그 격차를 줄여 나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잠재성장률과 GDP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최근 1년의 급격한 둔화세는 경기 변동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 마련과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위한 부양 정책을 한다는 것이 이상한 상황은 아닌 만큼 규모와 시기,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경기 상황을 보면 내수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인데 소비 부문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설 부문이 워낙 안 좋은 만큼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
-소비 부문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이번 추경 사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소비를 결정하는 단기적인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 4~5% 수준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이 2% 내외로 내려섰고 금리도 내려오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 가격도 과거보다는 안정적인 만큼 소비가 더 추락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어려울 때는 선별적인 지원을 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라고 않겠는지 생각한다."
-내수 부진의 한 축인 건설업에 대한 전망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지만 건설 수주 등 의미 있는 선행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선행 지표가 실물 지표로 반영되기까지는 1~2년가량이 걸리지만 선행 지표가 반등하기 시작한 기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도권 집중이 심화한 만큼 비수도권 지역의 건설은 상당 기간 어려울 수 있다."
-2년 동안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나타났고 올해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확장 재정 정책과 더불어 추경에 대한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을 엄청나게 많이 투입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재정을 확대해 왔고 엔데믹 이후에도 이를 크게 줄이지 않아 이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지금은 경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추경을 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정말 어려울 때 조금씩 진행해야지 모든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려면 국가 부채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추경을 경기 부양의 경기 마중물 역할에 한정하고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면 재정 흑자를 내 국가 부채가 일방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세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전부터 세 부담과 복지 수준에 대한 담론이 나왔는데 과거에는 '저부담 저복지'였다면 최근에는 '중부담 중복지'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하지만 민간 소비에 대한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소득이 늘어나도 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에는 가처분 소득이 올라가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피벗을 시작한 이후 이어진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은에서는 당분간 조금 더 내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 인하, 추경 등 어느 정도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물가 상승률(2.0%) 밑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있다. 재정과 금리 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경기와 물가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관리를 위해 통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다. 최근 집값이 상승하는 지역은 일부 지역 아파트에 그치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을 정도로 금리를 유지한다면 결국 지방 집값은 폭락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금리가 아파트와 주택, 서울과 지방을 분리해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문제는 통화 정책이 아닌 다른 정책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결과적으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어하는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주택보급률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 보급률은 60~70% 수준에 그친다. 결국 서울에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데 땅이 새로 생길 수는 없는 만큼 재개발을 통해 공급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해 조언하자면.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만큼 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건강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경쟁이 어떤 형태로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건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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