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억원 이상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도 연금을 매달 수백만 원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적 주택연금 사각지대를 겨냥한 '민간형 역모기지론' 상품이 관심을 받으면서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주택연금 확대 정책 기조와 맞물리며 해당 상품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15억원 상당 주택을 보유한 고객이 65세부터 '내집연금'을 수령한다면 월 최대 250만원, 20억원 주택은 월 3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 주택 보유자가 70세에 가입하면 월 수령액이 310만원, 75세는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122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이다. 현재 주택연금은 1주택자 혹은 보유주택 합산액이 공시가 12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만 가능해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후 대비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추가된 것이어서 그간 주택연금을 가입할 수 없었던 은퇴자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주택연금 확대' 기조와 맞물리며 민간 주택연금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맞춤형 주택연금을 확대해 노후 소득을 안정시키고, 재산 관리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공공신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하나은행 '내집연금'과 비슷하게 주택 가격이 12억원 이상이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KB실버주택연금론'을 이미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상품 판매 여부를 고민 중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속도와 부동산 자산 편중 현상을 고려할 때 민간 주택연금 필요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령 가구는 평생 동안 저축이 거주용 주택자산으로 집중된 결과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금융자산이 부족하다"며 "공적 주택연금 외에 고령자 보유주택 지분에 대해 현금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면 소비가 진작되고 노인빈곤율도 낮아지는 등 성장과 분배 양면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민간 금융기관의 역모기지도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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