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의 힘…지난해 대미 투자 잔액 9600억 달러 '역대 최고'

한은, '2024년 지역·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 발표

[표=한국은행]

우리나라 국민의 미국 주식 투자가 늘면서 지난해 대미(對美) 금융투자 잔액이 9600억 달러를 넘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2년 연속 최고 기록 경신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지역·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준비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2조970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1724억 달러 불었다.

미국(9626억 달러) 투자 잔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외 동남아(2495억 달러)·EU(2495억 달러) 순이었다. 대미 금융자산 잔액은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전체 대외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45.9%)도 최대다. 반대로 중국 비중(6.6%)은 3년 연속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3년과 비교하면 대 미국·일본·중국·중동 금융자산은 각각 1581억 달러, 12억 달러, 4억 달러, 25억 달러 늘었다. 반면 대 EU·중남미 금융자산은 각 31억 달러, 25억 달러 줄었다.

대미 금융자산은 증가 폭(1581억 달러) 역시 역대 가장 컸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영향이다. 미국 증권투자 증가액(1217억 달러) 역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미국 금융자산이 급증한 것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미국 주가도 지난해 전고점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여 연말 평가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자동차·이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이 미국내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직접 투자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중국 비중 축소와 관련해선 "미·중 갈등, 중국 내수 부진, 글로벌 공급망 개편 등으로 투자 여건이 나빠지면서 대중국 직접투자가 2년 연속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대외 금융부채 잔액은 1조410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290억 달러 감소했다. 동남아(3280억 달러), 미국(3191억 달러), EU(2317억 달러) 순으로 비중이 컸다. 국내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잔액(대외 금융부채)이 줄었다.

통화별 대외금융자산 잔액의 경우 미국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61.9%(1조2985억 달러)를 차지했고 유로화(1801억 달러·8.6%), 위안화(1071억 달러·5.1%)가 뒤를 이었다. 전년 말보다 달러화(+1667억 달러)·엔화(+35억 달러) 등의 투자 잔액이 늘었지만 유로화(-78억 달러)·원화(-34억 달러) 등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