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은 기술로, 김동관은 현지로...美서 '조선 패권' 놓고 격돌

  • HD현대, 美 조선사 협력 통한 우회 진출

  • 한화오션, 美 조선소 인수 등을 통한 직접 진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사진=각사]
재계 절친이자 라이벌로 통하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 조선사업 진출과 관련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는 현지 파트너 협력을 통한 간접 진출을,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를 통한 직접 진출 전략을 택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미국 본토에서 선박 건조를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자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돼야 한다.

ECO는 미국 내 5개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로, 현재 해양 지원 선박(OSV) 300척을 직접 건조해 운용하는, OSV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양사는 오는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대행, 건조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블록 일부도 제작해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4월에도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및 방산 분야 핵심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미국 공급망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 예정된 미국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입찰에도 적극 참여해 첫 MRO 수주 성과를 내겠단 포부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현지 조선업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노후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지에 숙련공을 대거 파견해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중장기적으로 10척까지 늘리고, 건조 선박도 상선 외에 군함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현지 이점을 활용해 미 해군 MRO 시장에도 빠르게 진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시설인증보안(FCL) 취득도 신청한 상태다. FCL은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 혹은 시설에 기밀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인증이다. 미 해군 MRO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FCL 취득이 필수다.

이외에도 한화오션은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에 대한 보유 지분 확대도 추진 중이다. 기존 9.9%인 오스탈 지분을 늘려 북미 방산·상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오스탈은 미국 내 조선소 운영을 통해 현지 소형 수상함과 군수 지원함 시장의 40~60%를 차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미국 내 경쟁은 단순한 수주 싸움을 넘어, 미래 조선업 모델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어느 쪽 전략이 더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누가 더 빠르게 안정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미국 정부의 신뢰를 얻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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