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법안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심지어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협박하며 나아가 중도층을 위한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머스크는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선거 기간엔 정부 지출을 줄이라고 말해놓고 이제 갑자기 사상 최대폭의 재정 적자 증가에 찬성하는 모든 의원은 부끄러움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머스크는 공화당 의원 일부를 거론하며 “그들은 내년 경선에서 패배할 것이다. 내가 살아 생전 그들을 도울 생각이 없다면”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작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하며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선후보와 기타 공화당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지원에 2억 75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지출했다.
머스크는 앞서 5월 인터뷰에서 “할 만큼 했다”며 정치 후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머스크는 신당 창당론까지 언급했다. 그는 엑스 게시글에서 “정신 나간 지출법안이 통과하면 그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이 창당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당 단일정당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대로 정신 나간 듯이 지출을 늘렸다가는 분명히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돼지 같은 거대 단일정당 국가의 재정 적자가 역대급, 5조 달러(약 700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가 비난하는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감세와 강경이민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법안으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다. 머스크는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는 등 '트럼프 2기 실세'로 떠올랐으나, 이 법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결국 지난 5월 DOGE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 달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며 중도층을 위한 신당 창당론을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엑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창당 관련 설문에서는 “80%의 중도층을 실제로 대변하는 미국의 신당을 창당할 시점인가”라는 문항에 563만 명이 응답했고, 그 가운데 80.4%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엑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접속 가능하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응답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실제 여론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현재 법안대로 감세안이 추진된다면 2025부터 2034년까지 미국의 재정 적자가 3조3000억달러(약 4500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특히 법안에는 전기차 보조금 삭감과 풍력·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사업 영역과 직결돼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초 이 법안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도 법안에 대해 “완전히 미쳤고 파괴적”, “정치적 자살”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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