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방소멸'과 방송의 사회적 책임

  • 지역밀착 플랫폼 케이블TV 활용한 균형 정책 고민해야

명진규 AI부장
 

10여 년 전 일본 총무장관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소멸>은 이제 일본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얘기다. 당시 인구감소 추이대로라면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연구결과는 지금 봐도 놀랍다. 

예측은 현실이 됐다. 도쿄가 지역 인구를 끌어들이며 공동화 현상은 심화했다. 인력과 자본이 집중됐지만 도쿄는 스스로 흡수한 자원으로 재생산은 하지 못하는 초고령화 도시가 됐다. 

한국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지방 소멸위험 지역에 진입한 11개 시구군 중 8개가 광역시였다. 서울이 자본과 인력의 블랙홀로 자리잡으며 생긴 현상이다. 대도시로 유입되던 지방 인구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1992년 109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932만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취업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졸은 고졸끼리, 대졸은 대졸끼리 경쟁했지만 이제는 외국인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모국어까지 능통한 이들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은 갈 곳이 없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어 도시를 떠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규직들에게 음식을 배달하거나 그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정규직 알바로 생계를 이어간다.

지방소멸 이후 대도시로 유입된 인구는 재생산이 아닌 질 낮은 비정규 서비스직에 머무르며 빈부격차와 젠더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초고령화 도시는 세대 갈등과 취업난을 부추긴다. 

마스다 히로야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만으로는 지방소멸, 더 나아가 일본소멸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지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고용을 되살려야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선 지역 사회, 지역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IPTV의 그늘에 가려 과거의 공룡이 돼버린 케이블TV를 균형 발전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케이블TV는 지상파 방송 송수신이 어려운 지역사회에서 수십년간 미디어 허브 역할을 해 왔다. 지상파, 종편들이 챙기지 못하는 지방 이웃의 삶을 챙기고 지역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홍보 창구로도 활용해왔다.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공공 이익 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는 지역방송 사업자 지위가 허락되지 않는다. 특정 지역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지위가 없으니 지원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범람 이후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재 지상파 일변도의 방송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케이블TV 사업자에게도 동등한 법적 지위를 주고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실증특례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채널 커머스'도 지방 거주민들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방송 시간과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채널 커머스는 정부, 지자체 주최 또는 주관 행사에만 허용하고 있다. 지역생산자와 소상공인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방송사 자체 권역을 벗어나 타 지역까지 송출을 지원해 지역 특산물 생산자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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