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현지시간 8일)을 앞두고 베트남과 전격적으로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다음 주 많은 (무역) 합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베트남과의 합의 발표 이후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도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폴켄더 부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이 실질적으로 진척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다음 주에 그들의 (대미 수출 상품에 대한) 관세율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9일 57개 경제권(56개국+EU)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90일간 유예 조치를 적용했다. 이 유예는 오는 8일 종료된다.
미국이 인도와 무역 협정이 근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미국 측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가 있다”며 협상팀에 잠재적 합의 발표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인도의 협상은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다. 다만, 양측은 미국산 유제품과 농산물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하며, 베트남산 제품에는 20%, 제3국 우회 수출품에는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46%에서 낮춘 수치다. 대신 베트남은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대폭 확대하고, 미국 제품에 대한 무관세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베트남이 미국에 농축산물·공산품 등에 우선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고, 보잉 항공기 50대를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과 미국 농산물 29억 달러 구매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인하는 내용 등이 공동성명 초안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도 경제 협력과 전략 관계 강화 의지가 확인됐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이날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 경제로 조속히 인정하고 특정 첨단기술 제품의 대(對)베트남 수출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측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전방위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모든 직급에서의 대표단 교류를 활성화하고, 과학기술·첨단산업 등 혁신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통상·투자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시일 내 대면 회담을 희망한다며 베트남 공식 방문을 정식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감사를 표하며 재회를 기대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는 아시아 국가들의 향후 협상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이번 미·베트남 간 합의가 현재 미국과 협상 중인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협상에 임하는 방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국가들은 베트남보다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이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라나 사제디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는 일본·한국·EU가 중시하는 ‘품목별 관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베트남이 보편 관세율(10%)의 두 배를 수용한 것은 다른 국가들에도 불편한 선례로 받아들여져 더 광범위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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