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강모(31) 씨는 여름휴가 기간 일본 여행을 계획했으나, 잦은 지진 소식에 강원도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는 “사실 더운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할 것 같아 폭염은 큰 걱정이 없었는데, 일본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결국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올여름에는 국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이 국내로 여행 계획을 틀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과 잦은 지진 등 불안한 국제 정세,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친 탓이다.
3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도카라열도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2일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946회 발생하며 대지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편이지만 수백회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지진은 ‘7월 5일 대지진설’에 힘을 실으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7월 5일 대지진설’은 100만부 이상 팔린 만화책 ‘내가 본 미래’에 등장한다. 미래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이 책에는 ‘7월 5일에 동일본대지진보다 3배 강력한 지진이 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대지진설은 중화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실제 지난 5월 홍콩에서 일본을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2% 줄었고, 탑승객 감소로 오는 9월부터 홍콩과 일본 소도시 두 곳을 잇는 정기 노선은 운항이 중단된다.
기상 악화도 해외여행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6월 중순부터 연일 32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역시 비상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파리는 36℃를 넘는 날씨에 에펠탑 관광을 일시 제한했고, 일부 지역에는 야외 활동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이처럼 주요 해외 여행지의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고환율로 체감 물가 부담까지 더해지며 국내로 방향을 틀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6%가 “올해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83.5%는 국내 여행을 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지원책도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2025 대한민국 여름맞이 숙박세일 페스타’를 운영 중이다. 주요 여행 플랫폼을 통해 전국 숙박시설 예약 시 최대 3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으며, 오는 7월 17일까지 진행된다. 특별재난지역에 한해 최대 5만원까지 할인되는 쿠폰은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아직 여행지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정부의 할인 정책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더해져 국내여행은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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