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의 ‘부동산 쇼핑’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인한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 부동산 매입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에서 최근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제 도입과 상호주의 원칙 의무화 등을 담은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한 뒤 신고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부동산 계약 체결 전 관청의 허가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는 한국 내 토지 취득·양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할 수 있다’에서 ‘해야 한다’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새롭게 담겼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및 보유 방식을 단순 신고제에서 사전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또 '상호주의 원칙'을 대통령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명시해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양도하고자 할 경우 국가가 내국인에게 부과하는 규제 수준을 고려해 동일한 제한을 적용하도록 강제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보유 실태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를 매년 1회 이상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표하도록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한국에 1년 이상 체류, 6개월 이내 전입’ 조건을 갖춘 외국인만 국내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해 상호주의를 실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내국인 규제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이 부동산 매입 시 자기 자본 50% 이상을 투입하고, 그 증빙 자료를 관할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으며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허가 구역과 대상 국가를 유동적으로 적용하되 대통령령에서 이를 정하도록 해 상호주의를 관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같은 당 김미애·고동진 의원 등도 사전 허가제와 상호주의 원칙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은 부동산 활황기인 지난 2020~2021년에도 대거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행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와의 상호주의 원칙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지, 외국인이 자국에서 대출받을 때 얼마까지 허용할지, 부동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이 발생할지 여러 사항을 세밀하게 따져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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