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관리·감독기구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마련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의회가 '크립토 위크(가상자산 주간)'에 돌입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요건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혁신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앞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보완하는 별도 법안이다. 민 의원 법안은 발행 인가 기준을 자기자본 5억원, 인가 권한을 금융위원회로 한정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강 의원안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인가 과정에 한국은행 개입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도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앞두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만 초점을 둔 안 의원 법안은 발행 인가 기준을 20억원에서 50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가 정책관리기구를 구성해 인가권, 발행·유통 규모 조절 권한을 기관별 전문성에 따라 분담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각계 의견이 충돌하면서 통합 기준 마련에는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관행적으로 유사하거나 목적이 비슷한 법안이 여러 건 상정되면 효율성과 입법 충돌 방지를 위해 법안을 병합하거나 대안을 마련해 심사를 거친다. 금융권에서는 통합 법안이 완성되기 전 발행 요건과 감독체계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금융위와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발행 요건이다. 한은과 은행권은 발행자 요건 강화를 주장하며 자기자본 5억~10억원 기준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 금융범죄 대응 역량을 갖추지 않은 민간·핀테크 발행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전자화폐 발행 자본금 요건에 맞춰 발행 기준을 최소 50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은은 최근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같이 위원회 만장일치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발행 인가·관리를 맡은 기관 혹은 위원회가 구성원 모두가 만장일치를 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관련 법안이 연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법안이 통과된 이후 실제 시행까지는 1년가량 소요되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발행 절차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반기 금융위가 발표할 예정인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과 연계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맞춰 통합 법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DID협회장은 "현재 은행, 핀테크, 거래소 등 각 업권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발행과 유통을 위해서는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포괄할 수 있는 통합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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