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시계제로'…2주 남은 청구서에 업계 고심

  • 반도체, 작년 수출액 기준 25% 단순 가산만 해도 3조7000억원 관세 추가비용 발생

  • K-반도체 압박하며 '협상카드'로 활용…"美고객사에 '고통 분담' 요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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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계가 관세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데다 미·중 등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이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타격이 막대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각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7일 공개된 서한에는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적시됐다.

남은 2주가량 대미 통상 협상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관세 요율 하향이나 유예 기간 연장 등 가시적인 성과 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엔비디아, AMD 등 미국에 대한 수출 물량이 많아 관세까지 더해지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약 107억 달러 수준인데 단순 계산으로도 이 금액에 25%가 추가되면 26억75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 수출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관세를 물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속내는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입지는 절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2.5%, 삼성전자 점유율은 42.4%였다.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은 무려 94.9%에 달한다.

중국과 반도체 분야 교류를 사실상 차단한 미국으로서는 기술력에서 한 차원 앞서 있는 한국산 반도체를 쓸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마이크론 등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업계는 정부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전략 수정·보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32%에서 19%로 낮췄고,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맞바꿀 용의를 드러내는 점에서 여전히 협상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관세 부과와 별개로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미국 고객사에 대한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업계에서는 미국이 관세 카드를 쓰면 자국 기업이 힘들어지는데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며 "(관세가 실행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빅테크 등 미국 고객사에 고통 분담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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