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에 전세자금 관련 대출 규제가 포함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매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세 가격 상승과 매물 감소로 인해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월세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명일역솔베뉴' 전용면적 59㎡는 이달 10일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4월 같은 평형의 월세 계약(200만원) 대비 25%가량 상승했다.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는 지난 2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같은 보증금에 130만원에 계약이 쳬결됐는데 1개월도 안돼 20만원이 오른 것이다. 동작구 상도래미안 3차 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말 보증금 2억원, 월세 11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같은 보증금에 월세만 200만원으로 올랐다.
월세 가격의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6월 기준 126.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기준 아파트 매매지수가 3.9%, 전세 지수가 1.1% 오르는 사이에 월세가격지수는 5.1%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서울 아파트 월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유입되고,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며 월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물량은 1만9449건으로,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에 비해 3.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1% 감소했다.
내년부터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월세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9640가구, 2027년에는 9573가구로 1만 가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월세화 가속과 비용 상승은 서민 주거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양극화를 고착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공급 대책을 통한 시장 안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취업한 청년 1인 가구의 평균 월 주거비는 48만6000원으로, 평균 근로소득(333만5000원) 대비 주거비 부담은 16.5%에 달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최근 월세 상승 폭이 확대되며 체감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전월세 가격은 특성상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쉽지 않다"며 "도심 내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전세제도가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