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상 '운명의 한주'…에너지 수입 카드 통할까

  • 25일 한미 2+2 재무·통상협의에 촉각

  • 농산물 대신 에너지 수입 확대 카드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오는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 적용을 앞두고 한·미 양국 간 통상협상이 사실상 운명의 한 주를 맞고 있다. 양국은 25일 2+2 재무·통상장관 회의를 통해 마지막 대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실리 위주 전략을 앞세워 대미 에너지 수입 확대 및 협력을 주요 협상 카드로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전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이날 김정관 장관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장관은 25일까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를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러트닉 상무장관 면담에서는 그간 제안해 온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관세협상 진전 방안을 모색하고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 및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버검 장관 면담에서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및 에너지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우선 미국산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확대 등 농산물 분야는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품목 중심의 수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농가 피해를 고려한 조치다.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총 600만 배럴 규모의 미국산 경질유 구매 계약을 체결해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했다. 7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5~68.5달러 수준을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은 약 4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가스공사도 최대 300만t 규모의 미국산 LNG 추가 수입 계약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미국산 LNG 수입량 386만t 대비 거의 두 배 규모다. 당시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 평균 가격인 t당 548.2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6억4400만 달러에 달한다. 

S&P글로벌은 한국이 미국산 LNG 700만t 규모의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관세율이 25%에서 23.6%로 1.4%포인트 인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질적인 무역불균형 해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BC뉴스, AP통신 등 외신은 "무역적자를 LNG 구매로 완화하려면 한국이 기존 수입량에 비해 3배를 수입해야만 관세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산 LNG 도입이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글로벌 LNG 액화용량은 2028년까지 연간 6억6650t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 수요 예측 4억8200만t을 크게 넘어선다. 공급과잉, 가격경쟁력 저하와 장기고정계약 부담 등이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이 잇달아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협상에는 시장 개방과 에너지 협력 조건이 포함됐으며 이는 향후 미국의 상호관세율 인하 기준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알래스카 LNG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한국 협상테이블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측 합의 내용을 참고하되 한국 산업 구조와 정치적 민감성을 반영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익을 지키는 선에서 실리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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