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삼계탕→아이스아메리카노...입 속은 혹한·혹서로 고군분투 중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더워도 너무 더운 올여름입니다. 바깥에서는 강렬히 내리쬐는 햇볕과 푹푹 찌는 열기에 단 몇 분도 가만히 서있을 수가 없을 정도이고,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면 시원하다 못해 추울 지경입니다. 실내외 10도 이상의 기온 차이로 냉방병을 앓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에어컨 설정 온도 1도를 올리네 내리네 하는 갈등으로 가정과 직장에서는 리모컨 주도권 눈치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입 안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점심 식사로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담긴 녹진한 삼계탕 한 그릇과, 후식으로는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전형적인 한국인의 여름철 몸보신 점심 메뉴네요. 에어컨 온도를 몇 도로 설정할까에 대해서는 1도 차이로도 옆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에, 삼계탕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온도 차이는 몇 도일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입 안은 극한의 환경을 경험합니다. 고온의 국물이 입천장을 데우고, 산성의 탄산음료가 치아의 법랑질을 부식시키며, 달콤한 간식은 세균의 먹이가 되어 충치로 이어지죠. 무리한 칫솔질은 치아를 깎아내고, 소홀한 양치질은 잇몸을 후퇴시키고, 딱딱한 음식 섭취나 스트레스성 이갈이는 치아 파절을 부릅니다.

구강 내 환경은 섭씨 0도에서 70도를 오가는 온도 변화, pH 3의 산성 음식부터 pH 9의 염기성까지 넘나드는 화학 환경, 120kg을 웃도는 씹는 힘에 의한 기계적 압력과 수억 마리의 세균 공세까지 겪어냅니다. 도대체 이런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아마 몇천 년의 풍파를 이겨냈다는 동서양의 그 어떤 건축물도 이런 환경에서는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만이 이런 극한 환경에서도 아무런 말없이 열심히 일합니다. 레진, 세라믹, 금 등 현재 치과 치료에 사용되는 물질들은 모두 좋은 재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구강 내 극한 환경에서는 그 어떤 인공 재료도 극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버텨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생겨버린 충치치료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한다고 해도 안타깝고 아까운 일이고, 불필요한 치아성형이나 과도한 시술은 꼭 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또 충치가 생기고 잇몸이 안 좋아졌을까요. 왜 치료를 했는데도 여전히 불편한 것일까요. 하루에도 수차례 혹한기와 혹서기 훈련으로 고군분투 중인 여러분의 치아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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