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미 연합훈련 조정 건의할 생각…尹 정부와 달라"

  • 김여정 담화에 "과거에 비해 순화…높은 불신의 벽 재확인"

  • 대북 정책 '일관성' 강조…"남북 5대 합의서 국회 비준 추진"

  • 곧 축소 정원 복원 등 행안부와 조직 개편 관련 협의 시작할 듯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조정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28일 밝혔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내일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이 문제 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방향에 관해선 회의 이후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훈련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가능하다"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논의를 해봐야겠다"고 답했다.

군의 반발 가능성을 두고는 "분명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와는 다르다"며 "한 ·미 합동군사훈련의 기조도 윤석열 정부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하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도 적시돼 있지만, 아마도 8월 한·미 군사합동훈련이 그게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겨냥해 "또다시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며 "미·한은 상투적 수법 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 보려고 획책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같은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과 관련해 "과거의 거친 담화에 비해서는 순화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며 "아직 남북 간 신뢰가 부족하다는 표시, 불신의 벽이 높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는 의견을 냈다.

또 "무너진 남북 간의 신뢰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그게 최우선적 과제"라며 "담화의 핵심을 보면 냉정하게 지켜보겠다. 그런 뜻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거듭한 대북정책을 지적하며 '일관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관성"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도 말했다. 이제 어떤 정권이 오든 기본은 합의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남북이 함께 체결해 온 5대 합의서들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 장관은 "5대 합의서 속에 길이 있다"며 "여야가 논의해서 5대 합의서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다시 추진해 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무위원이 됐으니 재비준을 국회에 요구하는 논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통일부에 민간의 대북 교류를 위한 접촉을 전면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신고하면 수리하게 돼 있는 조항대로 하겠다"며 "신고만 하고 무제한 접촉하라는 것이다. 접촉을 제한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초안을 바탕으로 조만간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에서 축소한 정원을 복원하고 폐지된 남북회담사무국, 교류협력국을 되살리는 구상이 담겼다. 대북 정책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통일부에 '사회적 대화기구'도 설치할 방침이다.

한편 정 장관은 판문점을 방문하려던 유흥식 추기경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의해 거절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추기경께서 '영토주권 가진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하셨다"고 전했다. 단절된 남북 관계에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유 추기경이) 자신을 막은 것을 알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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