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고용지표 발표 직후 통계 '조작'을 주장하며 노동통계국(BLS)장을 경질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제 지표의 신뢰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판단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통계에 정치적 간섭을 가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경제 지표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주요 관리들은 이 같은 결정을 옹호하느라 진땀을 쏟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BLS가 고용 증가를 계산하는 '공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 정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왜 이 숫자들이 이렇게 신뢰할 수 없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데이터는 선전이 되어선 안 된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금리를 결정할 때 이 수치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그 데이터가 좋지 않다면, 미국 경제에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월에도 또 다른 큰 수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BLS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숫자를 원한다”며 “물론 수정은 항상 있지만, 최근엔 그 범위가 너무 극단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지난 1일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다. 특히 노동통계국(BLS)은 5월 고용 증가 폭을 종전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6월 수치도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5~7월 평균 고용 증가 폭은 3만5000명으로, 지난해 월평균 16만8000명에 비해 급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오늘의 고용 수치는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려고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장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해임 지시에 대해 "통계가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의 해임 조치는 정부 통계의 정치화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맥엔타퍼의 전임자들과 BLS 고위 인사들은 'BLS의 친구들(Friends of the BLS)'이라는 이름의 공동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경제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온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문사 폴리오비욘드의 최고투자전략가 딘 스미스는 "이것은 명백히 메신저를 쏘는 경우"라며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한다고 해서 데이터 수집과 배포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올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ABC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이것은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이 수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 매뉴얼에 명시된 세부적인 절차에 따라 집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정말 무서운 상황이며, 법치주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 시장에서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커지는 것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뉴저지주에 있는 본인 골프장을 떠나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BLS 후임 국장을 3~4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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