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해와 달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뿐 아니라 지방은행, 해외 지점 등에서도 잇따라 사고가 터지면서다. 정작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도입한 책무구조도가 적용되는 건 단 1건에 그쳤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24건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공시한 금융사고 금액만 1490억4407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공시한 금융사고 금액(1625억477만원)보단 적지만 아직 예상 손실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 우리소다라은행 사고 건을 포함하면 가뿐히 넘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우리소다라은행이 거래 중인 현지 기업에 의해 사기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정확한 손실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IBK기업은행이 지난 1월 공시한 업무상 배임 건 역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손실금액이 세 배 이상 확대됐다. 기존 공시 금액 239억5000만원에서 882억원까지 불었고, 이를 고려하면 현재까지 은행들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은 최대 3211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특히 은행 이곳저곳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금액이 커졌다. 지난해엔 5대 은행에서만 발생했지만 올해는 IBK기업은행과 부산은행, SC제일은행 등에서도 사고가 잇따랐다. 은행은 금융사고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자체 공시하는데 IBK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은 2019년 이후 약 6년 만에, 부산은행은 2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공시 기준 사고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536억원 규모 사고가 발생했고 이어 △IBK기업은행 303억원 △NH농협은행 274억원 △KB국민은행 157억원 △SC제일은행 145억원 △부산은행 38억원 △신한은행 37억원 등 순으로 금액이 컸다.
최장 기간 발생한 금융사고는 약 8년 1개월간 이어졌다. 2016년부터 불법적인 행위가 시작됐지만 약 9년 만에 이를 발견한 것이다. 해당 사고는 은행 내부 직원의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업무상 배임과 함께 외부인에 의한 금융사기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책무구조도가 적용된 금융사고는 단 1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무구조도는 올해 시행일 이후 발생한 금융사고가 해당하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 직무 관련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일종의 문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금융사고가 많지만 책무구조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경찰 등에서 사건 조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내부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절차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