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주도의 파운데이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AI 기업들도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각각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아시아·태평양 시장 확장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이르면 다음 달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본사 최고전략책임자(CSO) 제이슨 권의 참석이 예정된 가운데, 초기 인력 10여 명을 채용하고 본격적인 고객 유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 글로벌 기준으로는 12번째 지사다.
앤트로픽도 최근 '앤트로픽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 법인 등록을 마치고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2021년 오픈AI 출신 다리오 아모데이가 설립한 앤트로픽은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을 핵심 확장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 진출은 AI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픈AI는 최근 오픈소스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픈AI는 새로운 반(半)개방형 모델 'gpt-oss-120b'와 'gpt-oss-20b'를 공개하고, AI 개발 플랫폼인 허깅페이스를 통해 오픈 웨이트를 외부에 공유했다. 이는 지난 6년간의 폐쇄형 모델 정책에서 벗어난 첫 행보다.
이번 오픈웨이트 공개로 기업, 연구기관, 정부 등은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튜닝하고 응용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전체 소스코드가 아닌 일부만 공개된 형태지만, 오픈AI가 다시 개방형 생태계로 돌아가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 변화가 중국 AI 기업들의 급부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딥시크, 알리바바의 큐원 등 중국 기업들도 오픈웨이트 모델을 공개하며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어, 미국 진영 역시 오픈소스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챗GPT 유료 구독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기업 고객 기준으로도 상위 5위 안에 든다. 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오픈AI가 오픈소스 전략을 택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며, 장기적으로는 AI의 민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딥시크 등 경쟁 기업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오픈AI 또한 경쟁심리에 의해 전략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한국 시장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적극적이고, 사용자 수도 많아 테스트베드로서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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