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잡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고지원은 2위 노승희(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고지원의 시즌 상금랭킹은 19위(3억3727만3334원)로 뛰었다.
우승 직후 고지원은 "첫 우승을 고향에서 할 수 있게 돼 정말 뜻깊다"라면서 "삼다수 마스터스는 제가 초등학생 때 꿈나무 레슨도 받고 프로암 대회도 참가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준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으로 제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자신감을 찾았다.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KLPGA 투어 통산 3승에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을 지닌 고지우의 동생인 고지원은 지난 3일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교한 샷과 안정적인 퍼트를 뽐냈다. 특히 제주 출신답게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를 능숙하게 대처해 눈길을 끌었다. 3라운드에 강한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버디를 잡아냈고, 선두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최종 4라운드에서는 안정적으로 파 행진을 벌이며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고지원은 자신이 천재가 아닌 '노력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는 생각은 안 한다. 주니어 때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한 번도 못했다"면서 "그래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노력했다. 최근에도 경기가 없을 때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운동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떠올린 고지원은 "언니는 눈물이 많다. 울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면서 "저도 울컥했다. 그런데 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한테 물을 뿌렸다. 그 장면이 웃겨서 눈물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지우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열심히 했다. 옛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난다"면서 "지원이가 지난해 정말 힘들었다. 그걸 이겨내고 우승까지 만들어냈다. 대견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너무 장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고지우, 고지원 자매는 KLPGA 투어 한 시즌 첫 자매 우승 진기록을 썼다. 고지우는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정상에 선 바 있다.
KLPGA 투어 자매 우승은 박희영, 박주영 자매에 이어 두 번째다.
고지우는 "꿈 같다.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고지원은 "언니가 잘하고, 제가 부진할 때 '내가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 언니와 비교도 많이 했다. 부러운 마음도 컸다"면서 "이제는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 때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고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2년 시드권을 받았다. 2027년까지 KLPGA 투어 출전을 보장받는다.
고지원은 "우승은 항상 하고 싶다. 하지만 우승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오는 시합은 없다.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해야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제가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목표다. 하반기에는 특히 쇼트게임을 많이 보완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이어갔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다연과 함께 공동 3위(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왕과 대상, 최저타수상을 석권한 윤이나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7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7개 대회에서는 컷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오랜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건 큰 수확이다.
윤이나는 지난 8일 2라운드를 마친 뒤 "국내에서 경기하다 보니 미국에서 부진 원인은 '적응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 돌아가면 자신감을 가지고 퍼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이나는 다음 주까지 국내에 머물려 개인 일정 등을 소화한 뒤 캐나다로 이동한다.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CPKC 위민스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5개월 만에 KLPGA 투어에 출전한 박성현은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2년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3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성현은 "이번 경기에서는 두려움 없이 쳤다. 덕분에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이 흐름을 이어 가면 미국 무대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박성현은 11일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오는 15일부터 펼쳐지는 더 스탠다드 K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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