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일 추가 휴전에 돌입한 미·중 관세 전쟁에 희토류가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양국이 희토류 확보를 위해 미얀마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가 중국의 주요 희토류 공급원이어서다.
나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시아판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미얀마 내 무장단체 카친독립군(KIA)에 정부군과의 교전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소수민족인 KIA는 미얀마 군부정권 저항세력으로, 미얀마 내 대부분의 희토류 생산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군부와 밀접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KIA에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희토류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중국이 미얀마 군사정권과 저항세력 무장단체 간 교전으로 희토류 조달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3대 생산국인 미얀마는 중국 희토류 공급망의 주요 구성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얀마는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8%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다. 다만 희토류 가공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미얀마에서 채굴된 희토류 광석은 거의 전부 중국으로 수출돼 가공된다.
하지만 2023년 10월부터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무장단체의 공세가 미얀마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미얀마의 대(對)중국 희토류 수출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얀마 전략정책연구소(ISP Myanmar)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수입에서 미얀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7%에서 2024년 63%로 감소했다. 특히 KIA가 군사정권의 국경수비대로부터 미얀마 내 주요 희토류 생산지를 압류하면서 앞서 대중국 희토류 수출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수출이 재개된 후에도 KIA는 공급 가격 등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얀마 희토류 수입의 불확실성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희토류를 핵심 카드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 물자인 희토류 확보를 위해 미얀마와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장군과 관세 관련 서한을 교환했다. 이는 그를 국가지도자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다.
앞서 미 재무부도 미얀마 군부정권과 관련된 기업 3곳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의 한 로비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미얀마의 희토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미얀마에서 희토류를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물류 제약, 현지 세력의 중국 의존도, 환경 문제와 금융 규정 준수 문제 등을 이유로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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