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일본 인구가 91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일본 내 각 지자체는 ‘관계인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NHK에 따르면 총무성이 주민기본대장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1월 1일 기준 일본인 인구는 1억2065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90만8000명(0.75%) 줄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968년 조사를 시작한 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일본 인구는 2009년 1억2707만명을 정점으로 16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4년 간은 감소 폭이 역대 최대치를 계속 경신했다.
또한 후생노동성 집계 결과 2024년 출생아 수는 68만6061명으로, 전년보다 5.7% 감소했다. 이는 1899년 통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7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이다. 출생아 수 감소는 16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베이비붐 시기인 1949년 270만명과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후지나미 다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이 ‘다사 사회(多死社会)’에 들어서면서 고령자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면서도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저출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저출생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되는 분위기여서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원 낭비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며 “광역적인 시야에서 대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자 많은 지자체들이 ‘관계인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관계인구란 실제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이나 휴일에 지역 활동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NHK는 이들은 흔히 말하는 ‘이주자’와는 다른 형태로 지역 만들기의 새로운 주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올해 6월 확정한 지방창생 기본구상에서 향후 10년간 관계인구를 1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움직임을 선도하는 사례로는 기후현 북부 히다시가 꼽힌다. 히다시는 농작업, 지역 축제, 행사 인력 등 인력이 부족한 현장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전국에서 ‘도와줄 사람’을 모집하는 ‘히다스케(ヒダス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자는 지역 주민과 교류하며 풍부한 자연을 즐기는 동시에, 특산품 구입이나 음식점 이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전자화폐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도 유사한 면이 있는 이 사업은 2020년 시작 후 현재까지 약 5200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재참가자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NHK에 따르면 히다시는 본래 이주자 확보에 주력했지만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관계인구’에 주목하게 됐다. 히다시 종합정책과의 우에다 마사코씨는 NHK에 “관계인구가 지역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구가 줄어도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마키세 미노루 칸토가쿠인대학 법학부 교수는 “정주(定住) 인구는 점점 줄고 있고,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곳도 많다”며 “관계인구를 통해 지역이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곳이 이런 시도를 하면서 서로 경쟁·협력하고 개선해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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