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안전 의무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는 기조다. 대통령이 특정 대형 건설사를 언급하며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은 주가를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건설현장 안전사고 책임을 강화하는 정부의 칼끝이 대형 건설사를 겨누고 있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통계를 보면 사망사고의 상당수가 대형 건설사가 아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1년간 건설 현장 사망자 수는 195명으로, 이 가운데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중소 규모 현장에서 전체 건설업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107명, 54.9%)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토안전관리연구원 통계에서 50억원 미만의 건설 현장 사고가 전체의 18.6%인 반면, 사망 사고는 절반을 넘어선 것은 소규모 건설 현장이 안전 사고에 극히 취약한 환경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특별법 등을 통해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도 실질적으로 사고 예방 인프라가 없는 소규모 현장에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높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사전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안전대책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정 규모 이하 건설현장에 대해 정부가 점검 인력을 파견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거나 안전시설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관리 우수 현장에는 인센티브를 주어 자율적인 안전 강화를 유도하는 등의 방식도 거론된다.
제조업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산업은 타 산업처럼 자동화에 한계가 있고, 최근엔 외국인 근로자와 고령 근로자가 갈수록 늘고 있어 산업 재해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소규모 건설현장이야말로 안전의 '약한 고리'다. 정부가 진정으로 건설산업의 안전 체계를 강화하고자 한다면 처벌 강화만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건설현장에 맞춤형 지원과 제도를 촘촘히 마련하고,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 강화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건설현장의 안전 문화가 진정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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