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31일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게재해 “9월 3일은 이른바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특히 높아지기 쉬운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출 시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수상한 사람이 접근할 경우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경우 충분한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권고했다.
대사관은 또 “현지 관습을 존중하고 외부에서 큰소리로 일본어를 사용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며 “일본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복장이나 물품을 휴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 일본인이 자주 찾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장소 방문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침을 제시했다.

한편, 중국은 1945년 일본의 항복일을 기준으로 매년 9월 3일을 전승절로 지정해왔다. 2014년부터는 법정 기념일로 격상해 전국적으로 기념행사를 열고,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항일전쟁 승리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승리’로 강조한다. 하지만 전승절은 단순한 추모일을 넘어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중국 언론과 정부가 일본의 침략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대중 사이에 현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혐오 정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승절 전후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촉구나 혐오 표현이 급증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전승절은 전쟁 희생자를 기리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명분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반일 감정이 집중적으로 분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본 대사관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린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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