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에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 불황이 짙어지며 일감 감소가 이어졌고 이에 인력도 같이 감소하는 모습이다. 관리자와 기능직이 빠르게 줄고 공사 현장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어 건설업계 성장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24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중 기능인력은 13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7% 줄어든 수치다.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월별 기능인력 취업자 수는 지난해 말까지 140만명을 넘었지만 최근엔 취업자 수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12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 기능인력은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 등으로 건설 현장의 핵심 인력을 의미한다. 직접 시공과 조립, 장비 운용을 맡고 있기 때문에 건설업 운영에 기반이 되는 숙련 집단인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들이 꾸준히 줄어든다는 것은 건설 현장의 작업 공백이나 공사 기간 지연, 사고 확대 등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직 인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구성 추이를 보면 건설 관리자 수는 8월 5만5000명으로 전달보다 4000명 줄었다. 지난해 8월 6만3000명이던 건설 관리자 수와 비교하면 12.6% 급감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공사 수주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로 관리직 인력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종사자는 19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만6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상반기 27만4000명 감소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체 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심한 상황이다.
건설 근로자 고령화도 뚜렷한 상황이다. 건설업 취업자 평균 연령은 51.8세로 나타났다. 20·30대 청년층 비중은 16.2%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평균 연령이 48.9세였고, 2021년부터 50세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인력난이 장기적으로 건설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숙련 기능인력이 빠르게 감소하며 품질 저하뿐만 아니라 안전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확대, 첨단 장비 도입, 직무 전문성 강화 교육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 확대는 단기적 보완책에 그칠 수 있다"며 "고위험 작업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감독·관리 개발은 고비용이기 때문에 업계 회복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이 어려워지고 계속 건설 물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고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어 업계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