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엎치락뒤치락 주도권 경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내년부터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여 반도체 1위 자리를 둔 선의의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은 AI 수요를 반영해 향후 5년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는 2024년 656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9배 늘어난 1조2280억 달러(약 17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사 모두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조를 보이고 있고, HBM4 주도권 장악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2%, 영업이익은 31.81%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분기 만에 '10조원 클럽'에 복귀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SK하이닉스도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에서 3분기 매출 24조2999억원, 영업이익 11조1844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59.1%나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모두 내년부터 본격화할 HBM 경쟁력을 갖췄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엔비디아에 HBM3E 12단 공급을 확정지었으며, HBM4 역시 개발을 속히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HBM4에서 다소 앞선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11일 세계 최초로 해당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일찌감치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는 HBM4도 삼성전자에 앞서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업계에서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확실히 앞섰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6세대인 HBM4 이후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가 HBM4 개발 속도를 높이며 시간적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10나노급 D램 6세대인 D1c 공정 기반 HBM4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을 완료한 HBM4는 5세대 D1b 기반 제품이어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만 성능 면에선 다소 떨어진다.
양사는 팽팽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하며,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에 비해 크게 앞섰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HBM3E 엔비디아 공급은 물론 AMD 등 기존 고객사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추격 중이다.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이미 변화가 감지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메모리반도체 매출 점유율 19.4%로 SK하이닉스의 17.5%에 앞서며 1위를 탈환했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HBM4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게 본격 공급되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고객사들의 수급처 다각화를 통한 제품 가격 전략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판세는 예측 불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HBM과 D램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술 안정도가 높아질 수록 고객사인 빅테크들의 선택지도 많아질 것"이라며 "양사 모두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보겠지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단가, 차세대 제품 개발 여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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