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덫'에서 벗어나는 증권사들…불씨는 여전

사잔아주경제
[사잔=아주경제]

증권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덫’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규 사업장에 대한 질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부실 위험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소형사는 리스크 해결이 지연되면서 건전성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29일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증권사 22곳을 대상으로 PF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PF 익스포저는 2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8조5000억원)보다 3조1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30%로 2%포인트 상승했다.
 
익스포저 총량은 늘었지만 리스크는 다소 줄었다. PF 사업장을 위험도에 따라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나눴을 때 유의·부실우려 등 비우량 사업장 비중은 19.1%에서 14.2%로 낮아졌다. 브리지론 비중이 30.6%에서 23.7%로 줄고 중·후순위 대출 비중도 54.5%에서 44.3%로 감소하는 등 구조적 위험 요인이 축소됐다. 
 
증권사 규모별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수주를 통해 양질의 사업을 확보하면서 유의·부실우려 비중을 15.5%에서 10.3%로 낮췄다.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대출 비중도 각각 21.1%, 35.7%로 줄어 리스크가 완화됐다. 수도권, 특히 서울 아파트와 오피스빌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위험 노출을 줄였다.
 
중소형 증권사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신규 수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기존 익스포저의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유의·부실우려 비중이 25.9%에서 29.1%로 오히려 상승했다. 지방 주거시설 비중이 높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중대형사도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상각 등으로 익스포저 규모를 줄였지만 신규 수주 부진 때문에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10% 이상으로 높은 증권사는 모두 중소형사였다. SK증권은 지난해 2분기 7.9% 수준이던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1년 만에 14.9%까지 높아졌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16.73%를 기록하며 증권사 중 고정이하자산비율이 가장 높았고 iM증권·다올투자증권 등도 10%를 넘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의 올해 6월 말 PF 익스포저는 1659억원 규모였으며 이 중 중·후순위 비중이 89%에 달했다. BNK투자증권의 2분기 전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5324억원으로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PF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증권은 6811억원 규모인 PF 익스포저 중 브리지론과 중·후순위 비중이 각각 55%, 61%에 달했다. 다올투자증권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3930억원에 달했으며 중·후순위 약정 비중이 92%였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부실 사업장을 정리했음에도 신규 사업장 효과가 미미하고 잔존 사업장의 PF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유의·부실우려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부실우려 사업장 확산 추이와 함께 신규 제외 사업장의 정리 경과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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