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최근 유일한 상장계열사 '빛과전자'의 행보가 심상찮다. 본업과 무관한 리조트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2년 전 야심차게 인수했던 이차전지 검사장비 업체 한울반도체도 매각할 예정이다. 빛과전자는 한울반도체 지분 전량을 매각해 8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다. 이 자금은 KH그룹의 숙원사업인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장비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리조트 사업에 올인하자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KH그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계열사들의 연이은 거래정지 속에서 빛과전자를 사실상 리조트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빛과전자는 전날(29일) 한울반도체 주식 290만9484주(지분율 9.01%)를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금액은 약 80억원이며, 처분 예정일은 오는 11월 29일이다. 회사 측은 매각 목적에 대해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건전화"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빛과전자의 자금 압박이 심화된 것이 이번 매각의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 상반기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8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157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은 줄고 갚아야 할 빚은 늘어난 셈이다. 결손금도 858억원에서 940억원으로 불어나 적자 누적이 심화됐다.
다만 이번 계약을 통해 KH그룹 내부 자금 흐름과 사업 연계 구조가 드러나면서, 그룹 내부 구조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KH강원개발은 KH미래물산과 인력·서비스 제공 등으로 연결돼 있으며, 현재 KH미래물산 → 에스이에코(비상장) → 케이헤드조합(비상장) → 빛과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빛과전자가 사실상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빛과전자는 지난 7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국내외 부동산 시행·건설업과 골프장 운영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도 1000억원 증액했으며,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 최저한도를 발행 시 가격의 70% 미만으로 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기존 광통신용 광모듈 제조가 주력인 회사가 본업과 무관한 리조트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편입하고, CB 발행 한도까지 늘리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 뒤에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다섯 곳(KH미래물산, KH필룩스, 장원테크, KH건설, IHQ)이 이미 거래정지 상태에 빠지자, 빛과전자를 인수해 사실상 그룹 내 영향력과 자금을 리조트 사업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빛과전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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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s**** 2025-09-30 22:15:08한울반도체 재무보니 매출꼬라지가 망해가는중인데 80억이면 잘판거 아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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