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조우진·정경호·박지환 '보스', 추석 영화의 공식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추석 영화'는 일정한 공식을 갖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웃고, 감동을 나누며, 훈훈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장가 풍경이 달라져도, 명절 시즌 관객이 찾는 건 결국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영화다.

영화 '보스'는 마치 추석 시즌을 겨냥한 듯 이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한철 지난 듯 보이는 조직 폭력배 소재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차기 보스를 두고 벌이는 '양보 전쟁'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낡은 틀에 새 웃음을 불어넣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액션 코미디, '보스'의 등장이다.

용두시 최대 조직 식구파의 보스 대수(이성민 분)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조직은 위기를 맞는다. 몸과 마음을 다해 대수를 모셔온 순태(조우진 분)와 강표(정경호 분)가 차기 보스로 지목되지만, 정작 그 누구도 보스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전국구 맛집을 꿈꾸는 셰프 순태, 탱고 무대에 인생을 건 강표는 보스 자리를 거부한다. 유일하게 보스를 갈망하는 판호(박지환 분)만이 손을 번쩍 들지만 조직 누구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에 식구파를 해체하기 위해 미미루 배달원으로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이규형 분)까지 얽히며, 차기 보스를 둘러싼 '양보 전쟁'은 예측불허의 혼란으로 치닫는다.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보통의 조폭 영화라면 피비린내 나는 세력 다툼이 이어져야 하지만, '보스'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대신 서로에게 미루며 '양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낡은 세계관에 던져진 낯선 설정, 바로 이 역발상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인물들의 빗나간 욕망은 불협화음을 빛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조직의 2인자 순태는 칼 대신 국자로 전국구 평정을 꿈꾸고, 적통 후계자 강표는 권좌보다 탱고의 스텝이 더 어울린다. 판호는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끝내 인정받지 못하는 캐릭터이고, 언더커버 태규는 뜻밖에 이 전쟁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온다. 인물들의 욕망과 뜻대로 흐르지 않는 상황의 충돌, 그 간극에서 빚어지는 아이러니가 웃음 포인트다. 

연기파 배우들이 만드는 코믹 앙상블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생활밀착형 액션을 펼치는 조우진과 현란한 탱고로 시선을 끄는 정경호, 순진무구한 욕망을 드러내는 박지환과 허술한 언더커버 이규형이 빚어내는 연기 호흡은 즉흥극 같은 생생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액션 또한 '보스'의 볼거리다. 앞서 언급한대로 생활밀착형 동작을 살린 합에서 성룡식 코믹 액션의 향취가 풍기고, 배우들의 몸짓과 음악이 얽히며 리듬감 넘치는 슬랩스틱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 후반, 모든 인물이 한자리에 모여 뒤엉켜 패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회자될 만하다.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스틸컷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만듦새와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은 분명하다. 낡은 조폭 코미디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서사 또한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 역시 순태의 아내 지영(황우슬혜 분)과 딸이 유일하며 이들조차 순태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기능적으로만 소비되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명절 극장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이러한 익숙함과 무난함이 오히려 힘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캐릭터의 매력을 앞세우고 정교한 구성보다는 배우들의 합과 슬랩스틱의 리듬을 강조한다.

독창적인 대작은 아니더라도 웃음, 감동, 훈훈함이라는 '추석 영화'의 삼박자를 나름의 방식으로 충족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순하고 무난한 힘이야말로 '보스'가 지닌 가장 견고한 무기다. 추석 극장가 한가운데서 '웃기는 놈이 보스'라는 슬로건처럼 엔딩 크레딧이 오른 뒤에도 유쾌한 웃음이 오래 남는다. 10월 3일 개봉. 관람등급은 15세이상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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