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캄보디아에서는 집권층과 범죄조직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 년간 절대권력을 유지해온 훈센 전 총리 일가가 관련 범죄조직을 비호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지 매체 캄보디아데일리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7월 온라인 사기조직에 대한 전국 단속을 실시했지만 시민사회는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국제적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사회평론가 본 찬루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는 과거에도 국제적 압박이 가해지면 유사한 단속을 벌였다"며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 인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단속’이라고 비판했다.
리용팟은 훈 센 전 총리의 개인 고문으로 인신매매로 동원한 노동자를 학대해 온라인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훈 센 전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콕안도 온라인 사기와 자금 세탁 혐의로 태국 법원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와 관련해 지난 14일 프린스(Prince) 그룹과 천즈 회장, 후이원그룹 등을 제재했다. 천즈 회장은 훈 센 전 총리 고문 출신이며, 지금은 훈 마네트 총리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최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한국인 등 외국인들이 감금돼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동원된 수도 프놈펜 인근 '태자(太子) 단지'도 프린스그룹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매체 네이션에 따르면 지난 7월 태국 경찰 사이버수사대는 훈 센 전 총리 가문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후이원그룹으로 막대한 온라인 범죄 수익이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훈 센은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뒤 2023년 장남 훈 마네트에게 총리직을 넘겼으나 국왕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상원의장 자리에 올랐다. 훈 마네트 외에도 훈 센 일가 다수가 국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잇단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6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53개 대규모 사기 작업장을 파악했다며 "캄보디아 정부가 이들 시설이 번창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는 정부의 인신매매 단속으로 극히 일부 시설만 문을 닫았으며, 대부분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경찰 개입 이후에도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5월 성명에서 캄보디아 등의 범죄단지에 대한 긴급 대응을 촉구하며 "만연한 부패 분위기에 범죄조직들이 처벌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이들이 "정부 관계자, 정치인, 지역 당국, 유력 자산가들과 결탁하면서 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1월 훈 마네트 총리 주도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앰네스티 보고서가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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