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이 9월 15일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 등 세 가지 방향의 '금융 대전환'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금융의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금융 대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 분야 국정과제인 '생산적 금융'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금융은 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방식에 치중하면서 부동산 쏠림과 가계부채의 누적을 초래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내하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견인할 생산적 영역으로 자금을 중개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내하면서’ 생산적 영역으로 자금을 중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안전하게 대출해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간접금융을 하는 금융중개기관이다. ‘위험을 감내하면서’ 기업 등 생산적 영역으로 자금을 중개하려면 관련 부문에 대한 심사능력이 함양되어 있어야 하고 그런 역량을 갖춘 인력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정책방향을 대전환한다고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험을 감내하면서’ 하는 금융은 벤처투자금융회사들이나 직접금융시장의 몫이다. 최근 새로 임명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이구동성으로 생산적 금융이 무슨 새롭게 발견된 금융의 영역인 것처럼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은행부실이 증가하고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더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수년 전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부도는 실리콘밸리 환경의 특성상 벤처기업들이 많은데 과도하게 벤처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늘린 끝에 벤쳐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은행도 부도가 난 점이라는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
최근에도 미국 서부·남서부 11개 주에 거점을 둔 자이언스뱅코프는 자회사가 취급한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를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도 사모투자 회사인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두 은행 주가는 다음 날 10% 넘게 급락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미국 자동차 대출 업체인 트라이컬러의 파산으로 1억7800만 달러(2500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가려졌던 실물 경기의 균열이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부실 대출 사건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나친 뱅크런 공포는 금융시장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금융권 부실에 대한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와 감독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수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의 17.8조원에서 18조원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자이익은 29.7조원으로 전년 동기 (29.8조원) 대비 오히려 0.1조원 감소하였다. 국내 은행은 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2022년 말 94.1%까지 상승한 후 2025년 상반기 현재 85.1%로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전체 이익이 이자이익 규모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자이익의 비중이 높아서 순이자마진(NIM)의 움직임과 대출 규모가 전체 이익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두 변수 모두 하반기 전망이 좋지는 않다.
하반기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그리고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및 이로 인한 시장금리 하락세가 예상되어 국내 은행 NIM도 2022년 4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시중자금이 금리가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비하여 은행들이 미리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 과정에서 조달금리가 높아진 측면이 있는데 하반기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은행 NIM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어려운 경기 상황으로 기업대출 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하반기에 국내 은행 이자이익 전망이 좋지는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녹록지 않은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은 앞으로도 대출자산의 건전성 관리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을 외국 은행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도 아니다. 은행의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사용되기도 한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은행 8.86%, 신한은행 10.50%, 우리은행 11.05%, 하나은행 10.27% 수준이다. 반면 JP모건은 18%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은행 간 LTV 담합에 대한 과징금 등 각종 과징금과 정부의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 등이 국내 은행 이익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분기 말 국내 은행 건전성은 지난 분기 말에 비해 나아졌으나 아직 2022년 중반부터 이어져 온 건전성 악화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건전성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약 7500여 건의 LTV 관련 자료를 수년간 공유하며 사실상 대출 한도를 담합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에 대해 최대 1조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에 따른 과징금도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과징금들이 현실화하면 은행 이익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회사 수익에 0.5%를 부과하던 교육세율을 수익금액 1조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그 2배인 1.0%로 인상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은행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세율이 0.5%에서 1%로 인상됐고, 유효 법인세율도 1%포인트 높아졌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세제 개편으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교육세는 기존보다 6011억원, 법인세는 2740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당국은 실물경제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오는데도 한국에서는 금융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왜 나오지 않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 15.9% 금리인 최저신용자 대출을 겨냥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인 것 같다"고 지적한 후 금융이 난리도 아니다. 금리란 신용도에 따라 부실여신 우려를 반영해 가산금리를 부가해 매기는 것이어서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정상적인 금융의 논리다. 대통령의 지적으로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서민금융 추가 확대를 위해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출연금 규모로, 이미 은행권에서 부담하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이 올해에만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체기록이 삭제된 신용사면 수혜자 3명 중 1명은 다시 빚을 냈다가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다시 빚의 수렁으로 빠지면서 취약 차주의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신용사면 제도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금융 질서를 흔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평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용사면을 받은 286만7964명 가운데 33%인 95만5559명이 올 7월 기준으로 다시 연체자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금리 연 1%인 저신용자 대출이 연체율 74%라는 참담한 결과를 냈다. 2020년부터 신용등급 최하위 10%에 해당되는 11만여 명에게 연 1%에 최대 300만원씩 빌려줬다. 정상적이라면 연 10% 이상 금리를 물어야 할 저신용자에게 파격적 혜택을 준 것이다. 경기도가 5년 만기가 도래한 올해 확인해보니 4명 중 3명꼴로 돈을 갚지 않았고 10명 중 4명은 아예 연락 두절이었다. 6000여 명은 대출 신청 당시 없는 번호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대로면 전체 대출액의 절반인 600억여 원은 상환받지 못해 경기도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금융 원리를 무시한 채 강행한 ‘금융 복지’ 정책의 실패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재원도 문제다. 재원의 절반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는 10일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자금 중 75조원을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일반 국민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을 위한 민간자금의 상당액을 은행권이 부담했음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은행이 대거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도 민간 출연금액 4000억원 중 3500억원가량을 은행권에서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은행권을 향해 “담보 잡고 돈을 빌려줘 이자를 받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이 18조원이고 그중 이자이익이 29.7조원이라고 하니 국민들은 어려운데 엄청난 이자놀이라도 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면서 그동안 재정위기를 걱정할 정도로 과도하게 써서 여유가 없는 듯하니 이제 금융을 짜내려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는 모양새다.
△생산적 금융이라고 해서 ‘위험을 감내하면서’ 기업의 투자자금 대출을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재원도 절반 정도는 은행권의 부담이 될 것으로 은행권은 걱정하고 있다.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 도입도 은행권에 출연금 부담을 가져올 전망이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도 민간 출연금액 4000억원 중 3500억원가량을 은행권에서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금융회사 수익에 0.5%를 부과하던 교육세율을 수익금액 1조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그 2배인 1.0%로 인상하는 교육세법 개정안도 논의 중이다.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 18조원이라 해도 은행의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아직 글로벌 은행들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아직 한국 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영업이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금융의 논리를 넘어선 과도한 요구가 자제되어야 한다. 생산적 금융 운운하면서 과도하게 위험투자를 일삼다 자칫 잘못해 은행 부실이 증가하면 은행 자체가 부실화되는 은행위기가 발생해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 있음을 1997년 위기에서 경험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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