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결산]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등 재계 '현장 세일즈' 결실

  • 초대형 네트워크 장 된 CEO 서밋

  • 치맥 회동부터 26만대 GPU 확보까지

  • 민간 외교가 실물 성과로 연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운데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운데)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현장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으로 열린 비공식 회동에서부터, 조선·방산·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사업 논의가 빠르게 실무로 이어지며 글로벌 교류·협력 네트워크의 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는 글로벌 CEO와 각국 정상급 인사 1700여 명이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번 CEO 서밋에는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아울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맷 가먼 AWS CEO 등 글로벌 기업인도 한 자리에 모였다.
 
◇ 3자 '치킨 회동'에 잇단 계약 성사까지··· 총수들 '빅딜' 발굴에 매진

재계 총수들은 APEC CEO 서밋 공식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각국 정계 인사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 등을 잇따라 만나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위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CEO와 가진 '치킨 회동'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30일 방한한 젠슨 황 CEO는 서울 삼성동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을 만나 '치맥(치킨+맥주)'으로 친분을 다졌다. 

총수들의 이 같은 비즈니스 노력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 26만장 공급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황 CEO는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에 각각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에는 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GPU를 한국이 우선으로 받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주권형(소버린) AI 구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외에도 향후 반도체·AI·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 로보틱스에 들어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며 협업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31일 서밋의 마지막 세션에 연사로 나선 황 CEO를 행사장인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스탠딩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원래 '치맥 회동'에 함께하기로 했지만, APEC CEO 의장으로서 경주를 떠나기 어려워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연단에 올라 기조연설을 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곧바로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향했다. 장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접견하고 자원·철강 산업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앨버니지 총리와 면담에서 "호주는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분야까지 미래 성장 산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신뢰를 공고히 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회장과 총리 면담에 앞서 포스코그룹은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원료기업 BHP와 탄소감축 제철공법인 '하이렉스'(HyREX)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와 만났다. 양측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 대해 제재에 나선 것을 놓고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방산·조선 프로젝트와 연계해 외국 지도자·장관들을 상대로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며 실무 협상에 나섰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PEC의 시작을 알리는 '퓨처테크 포럼:조선'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회장으로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정 회장은 한·미 조선 분야 협력과 관련해 "미국 조선소 인수와 현지 함정 건조, 조선소 재건에 적극 뛰어들겠다"면서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그룹에서는 조주완 LG전자 CEO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와 회동하고 다양한 사업 제휴 가능성을 타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맷 가먼 CEO와의 미팅에서 유통사업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고,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롯데가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베트남의 르엉끄엉 국가주석과 면담하며 현지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1일에는 주요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해 중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회장,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자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APEC을 계기로 한국 재계가 '민간 외교'와 '비즈니스 실무'의 접점을 만들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며 "이번에 성사된 합의와 발표들을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 글로벌 파트너 간 긴밀한 후속 협업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CEO 서밋 폐막식에서 "APEC이 단순한 토론의 장이 아닌 실행과 행동의 플랫폼인 만큼, 향후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경제의 회복력과 포용성 강화, 회원국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들이 한데 모여 연대와 협력, 혁신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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