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중형 화력발전소 전력 필요..."에너지 전쟁 시작"

  •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는 한계, 노후 원전 민간 재사용·SMR 확대 필요

고리1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고리1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인공지능(AI)용 그래픽카드(GPU) 26만 장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가동할 전력 공급 방안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GPU 모델 블랙웰(B200) 한 장은 시간당 최대 1000와트(W)의 전력을 사용한다.
 
26만 장의 B200 GPU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260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약 30만 가구가 사용하는 용량으로 중형 화력발전소 한 대가 필요한 규모다.
 
건설과 가동에 시간이 필요한 원자력, 화력 등 발전을 제외하고 대체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다고 해도 태양광 기준 약 4000헥타르, 축구장 4300개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
 
26만 장의 GPU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를 1년 동안 가동할 경우 국내 전력 생산량은 현재보다 0.4%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름철 전력난 등 특정 시기에는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인한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587MW 규모의 고리원전 1호기 △500MW 규모의 태안 화력발전소 등이 영구 정지에 들어갔으며, 678MW 규모의 월성원전 1호기는 올해부터 해체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지된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신규 원전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하다면 미국 사례와 같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민간 기업에 허용하거나 가동 중지된 원전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GPU 26만 장을 확보한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GPU를 받기만 하고 재고로 쌓아두지 않으려면 빠른 전력 공급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지된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시급히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미시간주의 팰리세이즈 원자력 발전소가 2022년 5월 영구 정지에 들어간 후 홀텍 인터내셔널이라는 민간 기업이 인수해 올해 말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용량은 800MW 규모다.
 
835MW 용량의 펜실베이니아 소재 스리마일 아일랜드 1호기 역시 2019년 정지됐으나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인수해 2028년 재가동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포스코홀딩스가 월성 원전 인수의향을 밝히면서 원전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 독점 체제가 아닌 민간 운영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월성원전 1·2호기의 인수 및 운영권 확보를 검토 중이며, 정부·한수원과 법·제도 협의를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가 월성 원전 인수 후 재가동에 성공한다면 26만 장 GPU 가동은 물론 추가로 400MW에 달하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소형모듈식원자로(SMR) 도입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SMR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3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SMR 가동이 시작될 방침인데, 국내에서는 관련 정책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GPU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들어온다고 밝혀진 것은 없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AI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하드웨어 확보는 이뤄진 상황이고 이제 GPU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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