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오세훈 시장은 왜 지금 '정치 인사'를 해야 하는가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권력은 자주 착각한다. 자신이 강고하다고 믿는 순간, 이미 균열은 시작된다. 서울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는 지방정부에 속하지만 서울시장은 언제나 중앙 정치의 길목에 서 있다. 오세훈 시장은 그 길의 정점이 어디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결단은 순간이지만 타이밍은 시대가 허락한다.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불과 몇 해 전 서울의 다른 시장은 10년을 재임했다. 그 긴 시간 속에 그는 '피로감'과 '권력의 관성'이라는 벽 앞에서 흔들렸다. 서울시 직원 개개인에게 비교적 인기는 있었으나 조직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3선을 앞두고 레임덕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무렵,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도 비전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구조를 뜯어 고칠 용기, 인사를 바꿀 결단이었다. 조직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생물이다. 동력이 꺼질 때 필요한 것은 감성의 어루만짐이 아니라 칼과 바람이다. 승진의 숨통을 열고, 책임의 방향을 재정립하며, 권력의 동맥을 다시 뛰게 만드는 인사 개편이 필요했다. 그는 그때 그렇게 올바르게 결단했기에 3선을 이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행정 능력 여부와 별개로 정치란 결국 사람의 배치와 마음의 관리에서 갈린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관료집단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의 서울도 그 시점과 닮았다. 외형적으로는 안정이지만 내부에서는 피로감과 이완이 고개를 든다. 정책과 성과는 충분하다. 그러나 정치적 리듬은 멈춰 있다. 시청 곳곳엔 '다음 시장이 오면 우리가 간다'는 계산과 기대가 교차한다. 이대로 둔다면 내년 6월 이후 서울시정은 급격히 관성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12월 인사가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정치적 인사, 즉 차기 국가 리더십 선언을 위한 첫 도약점이 되어야 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부시장 라인을 정치 인선으로 재편해야 한다. 서울을 굴리는 데 필요한 관료는 이미 충분하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국정 어젠다를 기획하고 정무 지형을 읽어내며 중앙 권력과 교섭할 수 있는 두뇌다. 행정형 부시장이 아닌 국정형 부시장 체제로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승진과 영전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인사는 칼이 아니라 희망의 사다리로 작동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유능한 국·실장, 실무관료에게 '오세훈과 함께 성장한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또 기회주의·무책임 관료도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 책임은 피하고, 공은 챙기고, 외부에서는 이미 차기 권력 지분을 말하는 자들이 있다. 권력을 섣불리 거래하는 관료는 개혁의 걸림돌이다. 이들을 정리해야 조직의 기강이 선다. 또한 간섭이 아니라 위임에도 대비해야 한다. 내년 3선 이후 시장의 시간표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서울시만을 굴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이 시스템형 인적 재구축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이를 다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오세훈 시장은 내년 당선 이후 여의도로 향해야 한다. 서울시에 남는 순간 그는 행정가로 기억되지만 정치적으로 서울시를 떠나는 순간 그는 국가 지도자로 남을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언제 떠나느냐'에서 완성된다. 서울은 이제 '관리'가 더 필요하다. 시스템은 잘 돌아간다. 도시 비전도 세워졌다. 이제 시장으로 남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번 인사는 서울의 미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서울시 한복판에서 관료조직의 숨이 다시 트이게 만들고, 정치의 시간을 다시 열어젖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번 인사는 서울이 중앙으로 확장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역사는 늘 머뭇거리는 자가 아니라 건너뛰는 자에게 길을 내주었다.  지금, 그 결단의 시간이 다시 서울에 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