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2기 첫 민심 시험대…민주당, 버지니아·뉴저지·뉴욕 선거서 압승

  • 민주당 내 중도파 스팬버거·셰릴 주지사 당선…맘다니, 뉴욕 첫 무슬림 시장 당선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해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풍향계로 주목받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개표율 98% 기준 스팬버거 전 의원은 57.5%, 얼시어스 부지사는 42.3%를 기록했다. 현직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던 만큼 민주당은 주지사 직을 탈환하게 됐다. 버지니아에서 여성이 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6세의 스팬버거 전 의원은 보수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 제7선거구에서 3선을 지낸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중앙정보국(CIA)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하원의원 시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일부 정책에 반대한 바 있어 민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된다.

버지니아주 부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가잘라 하시미 후보가 승리했다. 미국에서 주정부 선출직에 무슬림 여성이 당선된 것은 하시미가 처음이다. 법무장관 선거에서도 민주당 제이 존스 후보가 현직인 공화당 제이슨 미야레스를 제치며 승리했다.

버지니아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대선에서 민주당이 연속 승리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성향이 강한 주)'로 분류됐지만, 2021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글렌 영킨 현 주지사가 당선되는 등 최근 중도 성향이 강화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잭 치타렐리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95% 개표 기준 셰릴 의원이 56.3%, 치타렐리 전 의원이 43.1%를 득표했다. 현직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만큼, 민주당은 주지사직 수성에 성공했다.

셰릴 의원은 해군 헬기 조종사로 9년간 복무했으며, 이후 변호사와 연방 검사로 활동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처음 의회에 입성한 뒤 4선을 지낸 그는 스팬버거 전 의원과 함께 민주당 내 중도파로 꼽힌다. 반면 사업가 출신의 치타렐리 전 의원은 세 번째 도전에도 고배를 마셨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34)이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91% 개표 기준 맘다니 후보가 50.4%, 쿠오모 전 주지사는 41.6%를 기록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뉴욕 역사상 첫 무슬림 시장이 됐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무상교육 등 생활복지 강화를 공약하며 ‘진보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화당과 재계에서는 부유층 증세 등 공약을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해 왔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맘다니의 급진적 공약을 우려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일부 흡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를 공개 지지하며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워와의 ‘반(反) 맘다니’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선거의 주요 격전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공화당 후보들을 상대로 모두 10%포인트 이상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공화당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민심이 매우 악화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평가이다. 특히 선거 결과가 확정된 5일,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일시 중지) 기간이 36일째에 들어서면서 트럼프 1기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치(35일)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에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국민들이 겪는 고충 또한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날 연방대법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한 심리가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이름은 이번 선거 투표지에 올라 있지 않았지만 그의 영향은 피할 수 없었다"고 평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두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메시지를 집중했고, 그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도층이 불편해할 문화적 의제 대신 실생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스팬버거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물가를 올리고 연방정부 일자리를 없애 버지니아 주민의 생계를 위협했다고 주장했으며, 셰릴 의원은 뉴저지주의 높은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공약하는 등 경제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이 같은 기조는 민주당의 내년 중간선거 전략에도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