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대출 이자가 더 비싸네'...이재명의 저신용자 챙기기 부작용

  • 카뱅, 부산은행 등 저신용자 대출 이자가 더 낮아

  • 당국 압박에 은행 따르기...은행 건전성 위협 우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저신용자 챙기기'에 금융권 대출 창구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신용도와 대출 금리가 거꾸로 가는 시장 왜곡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라는 과제를 내리자 은행들이 이에 무리하게 따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신규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점수 750~701점 차주는 평균 5.93%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갔다. 이는 800~751점에 해당하는 고신용자가 빌려간 대출의 평균보다 0.02%포인트(p) 낮다. 심지어 700~651점 차주에게는 750점 차주보다 더 낮은 5.91%의 금리를 내줬다. 650~601점 차주의 평균 금리 역시 5.48%로 850점인 고신용자보다 금리가 낮았다. 

다른 은행에서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BNK부산은행의 800~751점 차주의 평균 금리는 5.01%로 850점의 차주보다 금리가 0.2%p 낮았다. 650~601점 차주 금리는 5.29%로 800점 차주에게 적용된 평균금리 5.29%보다도 낮았다. 경남은행의 750~701점 차주의 금리는 5.88%로 집계됐다. 이는 800~751점 차주에게 적용된 평균금리(6.31%)보다 낮았다. 600점 이하의 차주가 NH농협은행에 대출을 하면 700점 금리(6.11%)보다 높은 5.98%에 돈을 빌릴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도 마찬가지다. 토스뱅크의 700~651점 차주 금리는 6.32%로 900~851점 차주(6.68%)보다 낮게 제공했다. 카카오뱅크 650점 이하 차주의 금리는 1~2등급인 900~851점 차주 금리(6.30%)와 같게 책정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750점 이하 차주는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를 받았다. 다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5등급 이하 대출 한도는 1등급보다 5분의 1 축소되거나 대출이 사실상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은행에서 저신용자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새 정부 정책에 발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저신용·저소득자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금융구조는 역설적”이라고 거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계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출에 신용도 외 외부 요소가 개입되면 부실 대출이 늘어나고 은행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신용자까지 2금융권으로 몰리면 중·저신용자들이 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높아지는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점수가 높다고 금리를 무작정 낮추기 어렵다"며 "인터넷은행도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경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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