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지구 장악력 확대 정황…트럼프 평화 구상 이행 난항

가자지구 모습 사진AP
가자지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른 가자지구 휴전 이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현지에서 영향력을 되찾으려 시도하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최근 자체 통제 지역에 들어오는 물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반입 물품을 점검하거나 차량을 멈추고 운전사에게 질문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료·담배 등 민간이 들여오는 수입품 일부에 세금을 부과하고 가격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상인에게는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입업자는 하마스가 과세 정책을 완전히 복원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 이행과 전후 계획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이해관계 국가들의 의견 차로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수감자 교환을 통해 휴전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나 국제안정화군(ISF) 파견과 과도 정부 구성 등 핵심 절차는 진전이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내에서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하마스의 최근 움직임이 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의 가이스 알 오마리 선임연구원은 하마스가 가자 주민과 외국 세력에 자신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국제사회의 평화 구상 이행 지연이 계속될 경우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더욱 단단히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활동가 무스타파 이브라힘도 평화 구상 지연을 틈타 하마스가 통치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 측은 연료·담배 등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징수 활동을 부인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달 휴전 발효 직후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지역에 재진입해 영향력 복원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협력자 또는 범죄 혐의를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 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살상 행위를 지속할 경우 미국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녹색 구역'(green zone)과 '적색 구역'(red zone)으로 나눠 단계적 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확인한 미군 계획 문건과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가자지구 동부를 녹색 구역으로 설정해 우선적으로 재건을 진행하고, 다국적군과 이스라엘군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다수 가자주민이 피란해 있는 서쪽 지역은 적색 구역으로 분류됐다. 

한 미 당국자는 "가자지구 전체를 한 번에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건 희망일 뿐"이라며 지역 분리를 통한 점진적 재건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 철수, ISF 구성, 재건 계획 등이 미비할 경우 가자지구가 장기간 불안정한 ‘림보’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해당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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