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숫자는 오르는데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수출과 반도체 덕분에 한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수 부진·고용 왜곡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착시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며 "초(超)양극화가 경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조 소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NH금융연구소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이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 내외로 전망하지만, 이는 올해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이라며 "체감경기나 고용지표를 보면 회복의 신호는 미약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영향으로 내년 우리 경제는 숫자상으로는 성장하겠지만, 내수 경기는 이미 전반적인 부진을 겪고 있으며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내수는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부진하며 경기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상황이다. 조 소장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돈 주된 이유는 건설 투자 부문의 부진 때문"이라며 "건설업 관련 취업자가 매월 전년 동월 대비 수만명씩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도 보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조 소장은 "수출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을 살펴보면 업종과 업체에 따라 굉장한 격차가 있다"며 "많은 품목이 역성장 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가 20% 중반대의 수출 증가율를 보인다면 전체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 반도체가 선전하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어 내년에 반도체마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제 3대 축 중 소비와 투자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위축되면 우리 경제 자체가 급격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3개 기업이 코스피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짚었다. 결국 현재의 경제 활력은 초양극화가 불러온 착시 현상일 수 있는 것이다.
조 소장은 "세제나 상법 개편이 주가나 기업가치 개선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 실적과 산업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시장의 평가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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