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용수·허세홍 부회장 승진...오너 4세 전환 속도

오너 3세 막내 허용수 GS에너지 대표 부회장 승진

오너 4세 선두그룹 허세홍 사장도 부회장으로

3인 부회장 체제로 에너지 사업 대전환 대응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GS그룹]

GS그룹이 오너 3세 그룹의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오너 4세 그룹의 선두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4세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GS그룹은 26일 사업 혁신을 지속할 핵심 인재에 힘을 싣고 현장 실행력 중심 조직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부회장 승진 2명과 대표이사 선임 9명을 포함한 총 38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5년간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차기 리더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오너 3·4세 혼합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허용수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5남인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로, 지주사와 GS에너지에서 근무하며 발전·자원개발·인수합병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7년 발전 계열사인 GS EPS 대표를 맡아 국내 민자 발전사업자 중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성과를 내며 정유·건설·유통의 뒤를 잇는 그룹사 미래 먹거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위드인천에너지 인수, 여수 묘도의 '동북아 LNG허브터미널' 합작투자, 전기차 충전 전문 GS차지비 출범 등을 이끌었다. 특히 허 부회장은 지주사인 ㈜GS의 지분을 5.26% 쥐고 있는 최대 개인주주라 허태수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그룹 총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부회장은 글로벌 투자사와 IBM, 쉐브론 등에서 기업 실무 경험을 쌓고 지난 2007년 GS칼텍스에 입사해 10년간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을 이끌었다. 허 부회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DAX)로 정유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회사 구성원들의 지지를 끌어낸 바 있다.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라는 막중한 임무도 짊어지고 있다. 

이번 인사로 GS그룹은 홍순기 ㈜GS 부회장을 포함한 3인 부회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GS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미래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정유·석화 사업 혁신을 이끌어 온 수장들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써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을 이끌고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며 "그룹 위기 돌파라는 막중한 책임이 부회장들에게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허태수 회장이 그룹 미래 먹거리로 꼽은 해상 풍력발전 계열사인 GS엔텍 대표에는 허철홍 GS글로벌 기획∙신사업본부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허 부사장은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이다.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차남인 허진홍 GS건설 신성장사업개발본부장·최고데이터책임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인 허태홍 GS퓨처스 대표도 전무로 승진했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를 놓고 허태수 회장의 뒤를 이을 GS그룹 차세대 리더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GS그룹은 그동안 LG그룹과의 분리를 주도한 오너 3세 형제들의 합의 아래 계열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LG그룹처럼 장자승계와 같은 명확한 경영 승계 원칙을 정한 바 없어 4세 경영 체제로 전환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현재는 허세홍 부회장이 가장 선두에 있지만 오너 4세 중 지주사 지분율이 가장 높은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가 추후 핵심 계열사 경영진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GS의 지분 구도와 별개인 GS건설의 경우 최대주주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대표가 지분을 상속받으며 지속해서 이끌 가능성이 유력하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거대한 사업 환경 변화 앞에서 그동안의 관행에 기대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 혁신을 지속하고 과감한 도전을 실행할 인재만 리더의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