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집권당의 주의회 선거 연승…다시 주목 받는 모디의 '선진 인도' 비전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 정치권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달 치러진 동인도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국민민주연합(NDA)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동인도 정치 지형이 크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전체 243석 중 202석을 확보하며 사실상 ‘전석 휩쓸기’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여성과 젊은 유권자의 적극적 지지가 승리의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반면 야권은 뿔뿔이 흩어졌다. 인도국민회의(INC)와 비하르 지역 정당인 라쉬트리야 자나타 달(RJD)이 연합을 꾸렸지만, 성적은 참담했다. 불과 5년 전 110석을 차지했던 야권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35석에 그치며 존재감을 크게 잃었다. 같은 기간 NDA는 125석에서 202석으로 의석을 대폭 늘리며 정반대의 흐름을 만들었다.

이번 비하르 주의회 선거 결과에는 단순한 표심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모디 총리는 선거기간 무려 일곱 차례 비하르를 방문해 14회의 유세를 소화했다. 모디 총리의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이 36회, 요기 아디티야나트 우타르프라데시 주총리가 30회의 유세를 진행한 것 또한 눈길을 끈다. 당의 핵심 인사들이 총동원된 선거전이 사실상 중앙 정치 수준의 총력전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비하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JP는 최근 치러진 주요 주의회 선거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올해 2월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도 승리해 델리 정부를 장악했고, 작년 오디샤 주 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인도 수도가 있는 델리는 물론 그동안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동인도로 지지기반 확장은 BJP의 ‘주 단위 정치력’이 강화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모디 총리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들이 앞으로 더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번 비하르 선거에서도 모디 총리가 등장하면 유세장에 60~70%의 유권자가 몰리며 그의 여전한 대중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정책 추진 기반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주정부의 협조는 필수 요소이기에, 이번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의 대승은 인도 중앙정부를 이끄는 모디 총리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인도의 성장 구도 서부·남부 중심에서 동부로 확장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의 대승은 단지 정치적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동부지역 부흥개발 정책(Purvodaya Vision) 에 본격적인 추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디 총리에게 비하르는 단순한 선거 지도가 아니라, 동부 인도 성장 전략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축이다.

‘푸르보다야 비전’은 비하르, 자르칸드, 서벵갈, 오디샤, 안드라프라데시 등 동인도 5개 주를 대상으로 한다. 이 지역은 인도 내에서 문화유산과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경제발전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특히 서벵갈은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행정의 중심이었고 한때 경제·문화의 중심지였지만, 이후 공산당 장기 집권과 산업 기반 붕괴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사실 이 비전은 2020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및 정책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선언적 성격에 머물러 있었다. 변화의 분기점은 지난해 BJP가 사상 처음으로 오디샤 주정부를 장악하면서 시작되었다. 동부를 국가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으려는 모디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 정책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이 지난 1월 모디 총리가 참석한 ‘Utkarsh Odisha – Make in Odisha Conclave 2025’ 투자 행사다. 오디샤 정부는 JSW(철강), 아다니 그룹(인프라) 등 굵직한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체결된 투자 양해각서(MOU)는 145건, 금액은 무려 16조7,300억 루피(약 2,010억 달러) 에 달했다. 동부지역 개발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한 첫 사례다.

올해 9월 27일, 모디 총리는 다시 오디샤를 방문해 Amrit Bharat Express(오디샤–구자라트 구간)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철도·통신·고등교육 등 핵심 분야에 6,000억 루피(약 9조4천억 원) 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부 인프라 현대화의 속도를 직접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BJP의 오디샤 집권은 그동안 탁상에만 머물렀던 동부지역 부흥 전략을 현실로 끌어내는 전환점이 되었다. 여기에 이번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더해지면서, 푸르보다야 비전은 앞으로 더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 인도의 발전은 단지 지역경제 영향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인도의 성장구도를 서부·남부 중심에서 동부로 확장하는 의미이며, 모디 정부가 향후 국가 성장 전략을 어떻게 재편할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비하르의 압승은 그 첫 신호탄이다.
 
‘선진 인도(Viksit Bharat)’ 비전, 다시 주목받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시한 ‘선진 인도(Viksit Bharat)’ 비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디 총리는 그동안 1·2기 정부(2014~2024)를 통해 “힌두의 인도”, “성장의 인도”, “강한 인도”라는 구호 아래 경제·외교·안보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3기 정부는 인도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7년, 인도를 세계적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장기 국가 비전을 선포했다.

올 2월 연방정부 예산안 발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된 이 비전은 발표 당시만 해도 다소 불안한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집권 BJP 의석수가 303석에서 240석으로 줄어들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델리 주의회 선거 승리에 이어 이번 비하르 선거에서까지 연승을 이어가자, 모디 정부의 정책 추진 기반은 다시 견고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진 인도 비전’의 핵심은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인도를 현재 세계 5위 경제에서 2047년 30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제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제조업·서비스업·수출 등 모든 산업을 고도화해 세계 3위권 경제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둘째, AI·양자컴퓨팅·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인디아’의 확장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셋째,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포용적 성장 모델 구축이다. 빈곤퇴치, 교육·의료 접근성 강화, 여성·농민·청년층의 역량 강화가 핵심 정책으로 제시됐다. 넷째, 재생에너지·그린수소·Net-Zero 달성을 통해 친환경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국가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는 것이다. 다섯째, 효율적이고 투명한 행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좋은 거버넌스’ 구축이다.

모디 정부가 이 같은 비전 실현 가능성을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년간 인도는 아다르(Aadhaar) 홍채인식 신분 확인 시스템, UPI 통합결제 시스템, 국민 금융포용 정책(PMJDY) 등 굵직한 디지털 인프라 혁신을 빠른 속도로 구축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된 디지털 금융·전자신원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술 기반 대전환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주의회 선거 연승을 통해 정치적 지지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모디 정부는 정책 실행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인도 지역 개발, 재생에너지·그린수소·전기차(EV) 등 신산업 육성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2047년을 향한 인도의 거대한 장기 비전은 결국 정치적 안정성과 지속적 정책 추진력에 달려 있다. 연이은 선거 승리로 기세를 회복한 모디 정부의 발걸음에 다시금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서벵갈까지 장악하면 ‘모디 피로감’은 사라질까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제는 시선을 동쪽 끝, 서벵갈로 돌리고 있다. 내년 3월에 서벵갈 주의회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갠지스 강은 비하르를 지나 벵갈로 흐른다. 비하르에서의 승리는 벵갈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하며 벌써부터 서벵갈 민심에 파고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인도국민당(BJP)이 서벵갈까지 장악한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모디 피로감’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디 총리의 4연임 가능성 또한 현실적 시나리오로 떠오른다. 다음 총선은 2029년이지만, 인도 정치에서 ‘주(州)의 장악력’은 긴 시간을 관통하는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의 인도 정치사를 보면 BJP가 주정부를 차지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경제 인프라 개선과 투자 유치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BJP가 처음으로 집권한 오디샤주만 해도, 이전 정부와 달리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와 기업 유치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서벵갈은 오랜 기간 공산당 집권 이후, 중도좌파 성향의 트리나물 콩그레스(TMC)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 기반은 낙후됐고, 기업들은 서벵갈 투자를 꺼려왔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속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은 젊은 층에게 더 큰 불만으로 쌓여가고 있다.

최근 비하르 선거에서 드러난 흐름을 보면, 일자리와 성장에 민감한 젊은 유권자들이 ‘성장의 인도’를 약속하는 모디에게 표를 몰아주고 있다. 이 움직임이 서벵갈에서도 재현된다면, BJP의 서벵갈 공략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BJP는 ‘당장 집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집권에 근접한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서벵갈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단순한 지역 정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도의 향후 10년 경제·정치 지도를 좌우할 ‘축(軸)’을 정하는 일이다. 서벵갈을 품는다면 모디의 정치적 탄력은 다시 한 번 강하게 살아날 것이다. 반대로 서벵갈에서 부진할 경우, 야당이 주장하는 ‘모디 피로감’ 담론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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