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5조 국고채 단순매입… '금리 패닉' 진정될까

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그래픽팀]

한국은행이 3년 3개월 만에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섰지만 9일 채권시장에서는 매도세가 이어졌다. 환율·물가·집값이 모두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자 채권시장은 수일째 패닉 상태다. 전문가들은 추가 단순매입 의사를 보다 명확히 해야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084%에 장을 마쳤다. 5년물·10년물·30년물 역시 각각 6.3bp·5.2bp·2.6bp 상승해 연 3.302%·3.453%·3.243%에 마감했다.

한은이 이날 단순매입을 단행했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에 국내 금리가 일제히 뛰었다. 한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0분 동안 국고채 5·10·20년물을 매입했다. 증권 인수와 대금 결제일은 11일 오후 4시이며 입찰 대상 기관은 통화안정증권 경쟁입찰·모집 및 증권단순매매 대상 기관이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밝힌 단순매입 목적은 'RP(환매조건부증권) 매각 대상 증권 확충'이었다. 금리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매입에 나선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은의 단순매입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RP 매매를 위한 담보채권 확보용과 시장 불안 시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 안정용이다. RP 매각은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때 사용하는 수단으로,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국고채 보유가 필요하다.

시장은 이번 단순매입 규모가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다만 급등세를 다소 완화하는 효과에 그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은은 14차례에 걸쳐 1조~3조원 규모로 시장안정용 단순매입을 실시했는데 대부분은 금리 변동성 완화 목적이었다. RP 매각 대상 채권 확충만을 명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단순매입은 RP 매각 대상 증권 확충 목적이 커 추가 매입 여부가 불확실하고, 규모도 2022년 대비 크지 않다”며 “금리 급등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정도가 합리적 기대치”라고 말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도 “이번 매입을 팬데믹 당시와 같은 시장 안정 조치로 보기 어렵다”며 “추가 매입 계획이 제시되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은의 추가 단순매입 가능성’으로 쏠리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한은이 보유한 채권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3조9400억원이며 이를 모두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추가 매입 여력은 2조4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달 10일 만기가 돌아오는 1조500억원 규모 국채 8개 종목까지 고려하면 총 3조4900억원까지 추가 매입이 가능하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위원은 “단순매입 이후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한은이 추가 단순매입에 나설 수 있다”며 “공격적 시나리오로는 2026년 만기 도래분까지 매입하면 총 13조200억원 규모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금리 안정을 위해 연초 국채 발행 비중을 축소하고, 금리가 안정된 이후 발행 규모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연구원은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매월 9조원 정도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획재정부로서도 연초 발행 축소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단순매입과관련해 “시장 상황이 과도하면 언제든 안정 조치로 달래줄 수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10bp 상승했지만 아무도 ECB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한은도 똑같은 사인을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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