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과거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유모씨 등 5·18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2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이 이미 소멸시효로 사라졌는지 여부였다. 국가는 유족들이 1990~1994년 보상심의위원회 결정을 받아 보상금을 지급받은 만큼 그 시점부터 단기 소멸시효 3년이 진행돼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해 왔다.
근거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16조 2항이다.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해당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이른바 '화해 간주 조항'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이 조항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까지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유족들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가족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족 일부 승소 판단을 내렸으나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유족 고유의 위자료는 애초 보상금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보상금 지급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가 승소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 유족들이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법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봤다. 보상금 지급 시점에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을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국가 책임도 지적했다.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 범위를 좁게 규정하고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 한 점이 유족들의 권리행사를 제약했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오경미 대법관은 "설령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더라도 국가가 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별개의견을 냈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현행 법리상 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며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건은 파기환송돼 광주고법이 위자료 지급 여부와 범위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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