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ABC방송 리더에게 묻는다-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금융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국내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를 설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수식어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최초’라는 기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은행, 보험, 증권을 모두 경험하며 금융의 전 영역을 이해한 드문 경영자이자, 조직문화 혁신과 자본시장 확대를 동시에 이끌어낸 실무형 리더다.

그는 금융을 ‘숫자의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산업’으로 규정한다. 고객과 직원, 그리고 시장 참여자 간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금융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CEO 시절 조직 내 소통 구조를 바꾸고, 수평적 문화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증권업의 본질을 ‘수렵사회’에 비유하며 끊임없이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그의 리더십은 ‘결정’에 방점이 찍힌다. 그는 CEO를 ‘의사결정의 종착역’이라고 표현한다. 결정을 미루는 것이 가장 나쁜 리더십이며, 틀린 결정이라도 빠르게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이다. 여기에 긍정적 에너지와 회복 탄력성을 강조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금융 산업과 조직 리더십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위기와 변화의 시대, 그의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당신은 결정하고 있는가.”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 은행·보험·증권을 모두 경험하셨습니다. 이 경력이 CEO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한 분야만 경험한 경우보다 훨씬 다면적인 판단이 가능해졌습니다. 금융은 각각의 영역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은행에서 자금 흐름을 이해하고, 보험에서 리스크 구조를 경험하고, 증권에서 시장을 보는 경험이 쌓이면서 의사결정을 할 때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KB증권 CEO 시절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는데, 은행과 자산운용, 보험을 모두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고객에게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각의 기능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국내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라는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했습니다. 도전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회를 준 리더였습니다. 아무리 역량이 있어도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 갈 수 없습니다. 당시 윤종규 회장께서 편견 없이 저를 발탁해 주신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결국 개인의 노력과 조직의 기회가 함께 맞아야 리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증권업을 ‘수렵사회’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은행은 고객이 찾아오는 구조입니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운영되는 ‘농경사회’에 가깝습니다. 반면 증권은 고객을 찾아가야 합니다. 시장을 읽고 기회를 발굴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렵사회’라고 표현했습니다.

지금은 일부 변화가 있지만 본질은 여전히 같습니다. 증권업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산업입니다.”



- 친근함과 엄격함을 동시에 유지하는 리더십 비결은 무엇입니까.

“엄격함은 비교적 쉽습니다.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요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친근함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어야 조직이 건강해집니다.

그래서 타운홀 미팅보다도 소규모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직의 숨은 문제를 발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CEO의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사가 만사입니다. 결국 조직은 사람이 움직입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발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직은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올 때 성장합니다.”



-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감정과 판단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화가 난 상태에서는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밤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피했습니다. 감정이 과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판단하면 훨씬 객관적인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 CEO는 ‘의사결정의 종착역’이라고 하셨습니다.

“CEO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책임도 큽니다.

하지만 가장 나쁜 리더는 결정을 하지 않는 리더입니다. 고민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조직은 멈춥니다.

결정을 내리고, 틀렸다면 빠르게 수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그게 조직의 손실을 줄입니다.”



- 긍정적 에너지를 강조하셨습니다.

“조직은 리더의 얼굴을 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리더가 흔들리면 조직 전체가 흔들립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해보자’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조직이 움직입니다.

실패한 직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도 도전하지 않습니다.”



- 금융시장에서 증권의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자본시장의 중심은 점점 증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채권 발행, 주식 시장, 직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증권사는 이 과정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 금융권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겉으로는 시장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용 리스크가 쌓일 수 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투자나 사모대출 같은 영역에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항상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여성 리더십과 다양성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조직은 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합니다.

한 가지 생각만 있는 조직은 위험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여성 임원이 일정 수준 이상 있어야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30%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후배 여성 리더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회가 오면 도전해야 합니다.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편한 길만 선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길을 만들어야 다음 사람이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 박 대표는 한국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이다.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금융 커리어를 시작해 은행, 보험, 증권을 모두 경험하며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를 쌓았다.

특히 KB증권 대표 재임 시절 국내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로서 조직을 이끌며 자본시장 확대와 조직문화 혁신을 동시에 추진했다.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고 종합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으며, 수평적 조직문화와 소통 중심 리더십을 통해 내부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금융을 단순한 수익 산업이 아니라 신뢰 기반 산업으로 바라본다. 의사결정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빠른 실행과 수정 능력을 강조하는 실무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

현재는 KB증권 경영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금융 산업 발전과 후배 리더 양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여성 리더십 확대와 조직 다양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금융권 내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결정을 피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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