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이 가른다" KB, 우리 이어 농협도…은행 대신 증권 키우는 금융지주

  • NH농협금융, NH투자증권에 4000억 수혈

  • KB·우리금융도 각각 7000억, 1조원 증자

  • "증권업 경쟁력 부각…성장동력 확보 차원"

사진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지주 사옥. [사진=각 사]
은행 규제 강화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금융지주들의 성장 전략이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KB·NH·우리금융 등이 잇따라 증권 계열사에 수천억 원에서 1조원 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증권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NH투자증권에 대한 운영자금 등 약 4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증자는 작년 8월 6500억원을 확충한 지 약 10개월 만이며 조달 자금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과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앞다퉈 증권사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2월 KB증권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B금융이 증권 계열사에 대규모 증자에 나선 것은 2016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 이후 10년 만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 4월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 규모 자금을 수혈했고 내년에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직접적인 유상증자에 나서지 않은 신한금융지주도 관련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달 10일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그룹경영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진 회장이 여의도에서 그룹경영회의를 주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서는 그룹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증권 계열사에 실탄을 공급하는 것은 증권사 경쟁력이 그룹 실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적을 이끌어온 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속에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생산적·포용금융을 강조하는 등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업은 최근 증시 활황과 함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고 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는 등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선정과 발행어음, 기업금융(IB)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지주들은 증권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회사 10곳 전체 순이익에서 증권사 등 금융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반면 은행(-2.4%포인트), 보험(-2.6%포인트), 여신전문금융회사(-1.3%포인트) 등 다른 업권은 모두 비중이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규제와 금리 환경 속에서 성장성이 제한되고 있는 반면 증권업은 증시 활황과 함께 성장 여력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본시장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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