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44.3% 대 38%, 민심의 경고를 정쟁의 연료로 써선 안 된다
아주경제 입력 2026-06-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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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4.3%, 더불어민주당은 38.0%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51.5%로 4주 연속 하락했다. 한 달 만에 9%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다. 이번 여론 변화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확대라기보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만이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선거 논란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개표 오류 논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선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정치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환율, 경기 둔화에 따른 민생 부담이 겹쳤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자영업자는 버티기에 한계를 느끼고 있고 청년들은 취업과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은 정치권이 생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책임 공방과 정쟁으로 채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부 책임론에 휩싸였다. 당내에서조차 지도부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둘러싼 논란과 계파 갈등은 집권 여당의 불안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쇄신보다 내부 권력투쟁이 먼저 비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국민의힘도 상황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 상승 직후 곧바로 대여투쟁 수위를 높이고 재판취소저지특위 구성, 특검 공세, 탄핵 가능성 언급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야당의 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이 국민의힘에 보낸 지지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 실정과 선관위 사태에 대한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 이를 정권 심판론의 전면적 승리로 해석한다면 그것 역시 민심을 잘못 읽는 것이다.
정치권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여당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야당에 대한 기대도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원한 것이 아니라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도 필요하고 민생 회복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정치권 전체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히면 국민은 사라지고 지지층만 남는다. 여당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야당은 대안 제시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권 출범 1년 만에 나타난 이번 지지율 역전은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이를 또 다른 정쟁의 재료로만 소비한다면 민심의 이반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싸우는 정치보다 일하는 정치를 원한다. 책임을 미루는 정치보다 책임지는 정치를 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의 환호도 패자의 변명도 아니다. 국민 앞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