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이달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년 전 수준에 다가섰다. 정부 규제에도 강남 고가 시장의 가격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동안 눌려 있던 고가 거래가 다시 움직이는 흐름이다.
지난 1년간 정부는 대출을 조이고, 규제지역을 넓히고, 다주택자 세 부담을 높였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을 막고 투기 수요를 누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시장은 오래 눌리지 않았다. 집값은 왜 정부 말을 듣지 않는가.
부동산 가격은 정부 발표보다 실제 조건에 먼저 반응한다. 세금은 매물 흐름을 바꾸고, 대출 규제는 수요의 이동 경로를 바꾼다. 토지거래허가제도 거래를 줄이는 동시에 선호 지역의 희소성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는 대표적이다. 중과 재개 전에는 절세 목적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한이 지나면 매도자는 버티기에 들어간다. 세금 부담이 크면 팔기보다 보유를 택할 유인이 커진다. 거래를 막는 것과 가격 기대를 낮추는 것은 다르다.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규제는 가격을 누르기보다 희소성을 확인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전세시장 불안도 매매시장을 자극한다.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이 줄면 실수요자는 정부의 안정 약속보다 다음 계약의 불확실성을 먼저 계산한다. “기다리면 떨어진다”는 기대보다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
더 큰 변수는 공급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말해도 수요자는 발표문보다 착공과 입주를 따진다. 인허가 숫자가 아니라 실제 공사가 시작되는지, 입주 물량이 언제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공급 일정이 불확실하면 규제는 가격을 누르는 힘보다 희소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출 규제는 필요하다. 가계부채 관리는 정부의 기본 책무다. 다만 가격대 하나로 시장을 자르고,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면 규제는 우회로와 왜곡을 만든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보호하되 투자성 수요와 편법 대출은 차단해야 한다.
집값은 정부의 의지보다 시장의 조건에 먼저 반응한다. 세금이 매물을 잠그고, 전세가 불안하고, 공급을 믿기 어렵다면 가격 기대는 다시 살아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말을 더 세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며, 공급 계획은 착공과 입주로 확인시켜야 한다. 집값을 움직이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