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50일이 흘렀으나 정작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인 금융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은 꺼졌으나, 실물경제 침체 우려는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계속되는 정쟁만을 일삼고 효과적인 위기극복 대안은 내놓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치권, 위기극복 대책 없어
여야는 지난 9월 17일 “경제위기 극복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초당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동의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는 조기진화가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일주일도 못 돼 깨졌다.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방법론에서 여야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
당초 한나라당에서는 금융대책으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정부원안 대로 규제를 완화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기세였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에서 이를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대치, 현재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마저 오는 10일부터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참이라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여야가 옥신각신 하는 동안 환율은 10월 들어 10년 만에 1400원대로 진입, 1500선까지 위협받는 등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 왔다.
△지급보증안 처리 두고도 설전
유동성 회복을 위해 정부는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안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여야는 지급보증안 국회처리도 시일을 끌었다.
지급보증안 처리는 10월 21일 여야3당 정책위회담을 통해서도 합의된 사안이다.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와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끝나고서도 여야는 이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강만수 경제팀의 전격 물갈이와 정부 대책, 은행의 자구방안 등을 따져야한다는 민주당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야권의 요구사항에 대해 적절한 후속대책 하나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처리부터 하고 보자’라는 강경조로 나오면서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지급보증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시정연설에서 조속한 국회처리를 호소하고 나서도 사흘 후에야 간신히 통과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반 만이며, 지급보증안이 발표된 후 보름이 넘어서다.
한시가 급한 사안을 이처럼 질질 끈 것은 정치권이 현 경제위기 상황을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예다.
△여야, 향후 경제위기 대책은
이 가운데 지난달 말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정치권에 가뭄 속 단비로 작용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환영을 뜻을 표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통화스와프를 기점으로 적극적인 경제대책을 마련, 50일 동안 지적돼 온 ‘역할부재론’을 떨쳐내겠다는 각오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없어진 것은 물론 곧 실물경제지표도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수활성화를 중심으로 경제 법안들을 정비하고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지출 확대 폭은 “아직 구체적인 얘기가 안 나왔다. 곧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체결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도 동의했다.
박 의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앞으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과도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정책과 관련해서는 “그간의 경제위기 상황은 정부나 정치권 모두 분명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강만수 경제팀 불신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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