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 인터뷰] "한·이스라엘, FTA 체결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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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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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국은 경쟁이 아닌 공생 관계 삼성·LG 등 한국기업 진출 활발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FTA 체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양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협력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더욱 긴밀한 경제협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은 서로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비즈니스에서도 상대방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수출주도형 경제로 FTA를 통해 상당한 경제 발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훌륭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이스라엘의 자랑입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아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이스라엘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은 이미 한국 경제의 한 부분이 됐다면서 양국이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 분야에서도 양국이 상당한 수준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첨단 농업기술을 통해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피 대사는 한국과 이스라엘이 비슷한 면이 많다면서 가자지구 분쟁으로 이스라엘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지만 한국이 안전한 것처럼 이스라엘 역시 안전한 국가라고 밝혔다.

다음은 카스피 대사와 나눈 일문일답.

-최근 가자지구 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스라엘의 경제와 문화, 정치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스라엘은 한국과 같이 60살이 됐다. 한민족으로 이루어진 한국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120여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다. 이스라엘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도 20여개에 이른다.

이스라엘 경제는 한국이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이스라엘도 60년 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경제 기적을 일궜다.

현재 이스라엘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000 달러에 이르며 건국 초기 60만 명이던 인구는 720만 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도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로 현재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경제 기적을 이룬 이스라엘이지만 불행히도 완전한 평화는 아직 얻지 못했다. 나라의 국경을 지키고 테러와 싸우는 것에 이스라엘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4년마다 선거로 자신의 지도자를 뽑고 있다. 이스라엘의 모든 군사 작전도 이스라엘의 헌법에 따른 올바른 결정이었다.

-가자지구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매우 작은 나라다. 남북의 거리가 500km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진심으로 평화를 원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많은 위협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란은 장거리미사일로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의 장거리미사일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유럽에게도 큰 위협이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까지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가 어떤지 궁금하다.

▲먼저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또 이스라엘 경제는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제에 대해서는 알론 슐레징거 주한 이스라엘 상무관이 답변할 것이다.

슐레징거 상무관 : 불행한 일이지만 이스라엘 경제는 이런 전쟁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 이스라엘 경제는 이번 팔레스타인 분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스라엘 경제가 수출주도형인 점도 이번 분쟁으로 별 피해를 입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스라엘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이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췄다. 이스라엘의 기준금리는 지난 3달 반 동안 3.25% 나 떨어졌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도 지급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실업률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파산이 늘고 있지만 경제 구조가 첨단 기술 위주이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편이다.

이스라엘은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또한 인구 대비 기술자수와 출판건수도 세계 최고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 나스닥 주식시장에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R&D 센터를 세우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도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환경기술(ET), 농업 등의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IT 부문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통신 산업에서 많은 협력을 맺고 있다. 양국은 IPTV와 와이브로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2주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관련 행사 GSMA에서도 LG나 SK 같은 한국의 대형 통신회사들과 이스라엘 기업들이 만날 예정이다.

LG 전자는 모바일 기술에 중점을 둔 R&D 센터를 이스라엘에서 6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개의 R&D 센터를 이스라엘에 가지고 있다. 2007년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트랜스칩을 인수했다. 삼성의 트랜스칩 인수는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외국 자본투자였다.

생명공학이나 제약 같은 BT도 이스라엘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지난 한해 한국으로의 이스라엘 BT 수출은 63% 증가했다.

또한 ET도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 세계가 ET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버락 오바마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했다.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나.

▲두 나라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국 관계의 기본은 깊은 우정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물론 미국의 중동 문제개입에 ‘강도(Intensity)‘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각각의 미국 대통령은 중동 문제에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 주에 벌써 사절단을 중동에 파견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이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갖는 대통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점이 많다. 양국의 협력 증진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스라엘과 한국 모두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두 나라 모두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나라를 발전시켰다.

두 나라 모두 열심히 일하고 교육적이며 혁신적인 나라다. 이스라엘의 혁신적인 기술과 한국 기업의 높은 생산성이 만나면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도 이스라엘의 기술과 한국의 생산력이 서로 잘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 등으로 한국이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스라엘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이스라엘의 생활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생활한 지난 3년 반은 매우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한국은 매우 평화로운 나라다.

불행히도 이스라엘의 상황은 조금 어렵다.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고 주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방어를 위해 팔레스타인과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했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와 상황이 비슷하다. 이스라엘은 심각한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국토와 국민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활기에 찬 나라다. 2008년 270만 명의 관광객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한국 관광객도 3만7000 명에 이른다. 2008년 9월부터 대한항공의 직항편이 한주에 3회 운행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문제가 부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매우 위험하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한국이 안전한 것처럼 이스라엘도 매우 안전한 나라다.

-이스라엘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의 국내 현안 중 어떤 것이 가장 화두인가.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면 역시 한-이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이 FTA는 협상이 이미 시작됐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으로서는 한-이 FTA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경쟁자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이스라엘의 한국에 대한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한국의 어느 산업도 위협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은 한국 경제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양국이 서로 경쟁적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양국의 FTA는 쉽게 타결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협력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한국에 포멜로(이스라엘이 주산지인 열대과일)를 수출한지 2년이 됐다. 한국의 한 기업이 포멜로를 이용해 ‘스위티’라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농업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다른 나라는 할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것을 알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슐레징거 상무관: FTA로 양국의 교역량이 늘고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다. 현재 한국과 이스라엘 국민들은 서로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서로 상대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이 FTA는 두 나라 교역량을 크게 늘릴 것이다.

이스라엘은 칠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FTA를 많이 체결한 나라다. 이스라엘은 수출 주도형 국가로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와 FTA를 추진해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로 훌륭한 국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양국 기업의 공동연구를 위해 조성한 한-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기금(KORIL-R&D Fund)은 양국 협력의 좋은 예다.

-아주경제신문이 창간 1주년을 지나 글로벌 경제신문으로 도약하고 있다. 아주경제에 조언을 한다면.

▲경제는 한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세계 질서는 각국의 경제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어떠한 나라도 고립돼서 살아 갈 수 없다.

경제신문은 사람들이 경제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주경제는 앞으로 독자들의 좋은 경제 신문이 될 것이다.

대담: 민태성 국제경제팀장
정리: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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