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기업 자금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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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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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무려 2.75%포인트나 내리고 발권력을 동원해 원화 유동성을 22조 원이나 공급했는데도 시중에서는 여전히 자금이 돌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이면서 중견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구조조정이 부진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일 한국은행과 정부,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모두 내놓았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작년 10월 초 5.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초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2.5%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10월27일에는 0.75%포인트, 12월11일에는 1.0%포인트나 각각 인하하는 등 한은 역사상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또 한은이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금까지 시중에 공급한 원화는 22조 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계획했던 22조7천억 원의 대부분이 풀린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비상 상황에서나 가능한 기업어음(CP) 매입 등 외에는 없다"면서 "사실상 한은으로서는 거의 모든 조치를 취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308조2천39억 원으로 전월말보다 0.7%(2조214억 원)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 증가액은 작년 12월의 5조2천611억 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의 개입사업자(소호) 대출은 지난달 29일 현재 55조4천161억 원으로 전월말보다 0.1%(430억 원) 감소했다.

우량등급인 AA-급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말 7.72%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7.29%로 0.43%포인트 하락했으나 비우량 등급인 BBB-급 회사채 금리는 12.02%에서 12.16%로 오히려 0.14%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은행들은 최근 111개 건설.조선사에 대해 처음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2곳을 퇴출시키고 14곳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들이 지원을 회피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조만간 은행들은 98개 건설.조선사를 대상으로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개별기업의 규모가 작아서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은행들은 2008 회계연도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3월부터 전체 거래기업에 대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해 6월 말까지 옥석을 가릴 예정이지만 은행 자체기준에 따른 평가여서 제대로 이뤄질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구조조정의 부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자신의 임기 내에 일시적 부실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은행장들에게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책임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와 금융감독당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경영권에 간섭하려 한다는 은행들의 오해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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