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녹색패권' 쟁탈전이 한창이다. 경기부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계 각국 정부가 잇따라 녹색뉴딜을 표방하면서 '녹색전쟁'에 걸린 전리품의 가치는 수조 달러 대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사 기로에 서있는 기업들로서는 사활을 걸고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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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이 가장 짙은 쪽은 자동차업계다. 제너럴모터스(GM)로 상징되던 미국 자동차업계가 쑥대밭이 된 만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동시에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의 권력 공백 틈새를 공략하려는 업체들의 기세 역시 하늘을 찌른다. 특히 '덩치'로 승부하던 미국 자동차업계의 몰락을 지켜본 후발주자들은 연료가 적게 드는 중소형 친환경차 개발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일본 업체들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차려는 도요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에는 창업주 가문 후손인 도요다 아키오를 사장으로 앉히는 등 전열도 새로 다지고 있다. 창업 정신으로 무장한 아키오 사장은 북미지역 법인의 자립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도요타의 기대주는 '프리우스'. 도요타는 올해 대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표주자 프리우스를 미국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고급 차종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투입해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또 프리우스의 전기차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도요타와 안방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닛산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닛산은 내년까지 일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미국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닛산은 특히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59억 달러)와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모터스(4억6500만 달러)와 함께 미 정부로부터 16억 달러의 '그린카' 개발 지원금을 받게 됐다.
닛산은 이 자금을 활용해 테네시주에 전기차 양산 공장을 들일 예정이다. 오는 2012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연간 최대 1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게 닛산의 목표다.
중국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인 비야디(BYD)는 올 초 'F3DM'이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이 업체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과 맺은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밖에 터줏대감인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분발도 눈에 띈다. 포드는 오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고 파산보호 상태에 있는 GM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내세워 재기를 노리고 있다.
◇친환경 '녹색 인프라'를 잡아라
친환경 에너지 설비와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등 '녹색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눈치작전도 심상치 않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의 상당액을 대규모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는 친환경 기반시설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독일 제조설비업체 지멘스다. 지멘스는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안에 힘입어 향후 3년간 최대 2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 예산만 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지멘스의 전망이다.
지멘스는 각국 정부가 2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예산 가운데 향후 3년간 6230억 달러를 기반시설 건설에 투입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멘스는 이 가운데 미국 1100억 달러 등 모두 2080억 달러를 두고 업계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조지 놀렌 지멘스 미국 법인 CEO는 "미 정부의 경기부양안으로 스마트그리드와 풍력발전 터빈, 대량 수송 기술 설비 등과 관련한 신규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량 수송 프로젝트는 덴버나 솔트레이크시티 등지에서 이미 증가세에 있어 입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태양열 패널과 집열장치, 공기정화 및 조명 시스템 등 친환경 건물 부문으로도 입지를 넓힐 태세다.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녹색 인프라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지멘스의 의지는 최근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멘스는 지난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자 잇따라 미국 법인 인력을 줄여왔지만 최근 3개월 동안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집중, 관련 공장 신축과 증축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하고 625명을 고용했다.
지멘스는 최근 분기 에너지 및 헬스케어 부문 영업이익이 43% 증가했으며 올해 이 부문에서 최소 80억 유로(111억1000만달러)를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표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도 지멘스의 공세를 의식하고 있다. GE 역시 향후 3년간 스마트그리드, 헬스케어,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책정된 전 세계 경기부양 자금이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군침을 삼키고 있다. GE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최근 향후 집중 투자할 분야로 "21세기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분야"라며 에너지와 헬스케어 부문을 꼽았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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